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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한국, 쌀 보관 비용만 2조원”...일본은 어떻게 감산에 성공했나 [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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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19일 충남 예산군 공공비축창고에 정부가 수매한 쌀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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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복지를 혼동하면 시장은 퇴보하기 마련이다.” 국내 쌀 산업을 취재하며 기자가 들은 말 중 가장 정확한 분석이다.

쌀은 매년 과잉 생산된다. 시장에선 더 이상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게 남는 쌀은 정부와 농협이 사준다. 1년이 지난 쌀을 사주고도 그해 또 쌀이 과잉 생산되면 가격이 떨어질까 미리 시장에서 빼내기도 한다. 그렇게 구곡·신곡을 구매하고 보관하는 데 들어가는 정부 비용만 2조원을 훌쩍 넘는다.

억지로 쌀 가격을 붙들고 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해가 지날수록 쌀 소비량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는 20년 전보다 32% 감소했다. 반면 쌀 생산량 감소는 16%에 그쳤다. 정부와 농협이 쌀 소비를 강조해도 쌀을 예전만큼 소비하지 않는 흐름은 역행할 수 없다. 이 불변의 사실을 받아들여야 기형적인 과잉 생산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야당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지난달 28일 양곡관리법을 포함한 농업 4법을 밀어붙였다. 양곡법 개정안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매입하고, 양곡 시장가격이 평년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하는 ‘양곡가격안정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비상시국에 이 같은 권리 행사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는 20일까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대로 양곡관리법은 통과된다.

같은 문제를 먼저 겪은 나라를 참고해야 한다. 일본은 1970년 엄청난 쌀 재고량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지만 50년 만에 쌀 감산에 성공했다. 핵심 대책은 쌀 생산에 들어가는 보조금 폐지다.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할 때 주는 보조금을 강화하고 농민의 소득경영안전망을 강화했다. 산업과 복지를 구분한 것이다. 일본 농가는 살아남기 위해 프리미엄 쌀 재배에 집중했고 이에 성공했다.

국내 쌀 산업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다. 농업의 장기적 발전에 현 제도가 부적절하다는 점은 국회의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회는 쌀 가격이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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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 기자


이지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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