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동학대살인죄 대신 학대치사죄 인정"
피해자 어머니도 유기·방임 유죄
9일 인천지법 형사13부(장우영 부장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교회 합창단장 A씨(52·여)의 죄명을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해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함께 기소된 B씨(54·여) 등 교회 신도 2명도 학대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각각 징역 4년∼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교회에서 여고생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신도가 지난 5월18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문)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내 유기하고 방임한 혐의(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방임)로 기소된 피해자의 어머니(52)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들에게 아동학대 살인 혐의를 적용해 A씨에게 무기징역을, B씨 등 신도 2명에게는 각각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또 피해자의 어머니에게도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강하게 결박하거나 더 학대할 방법을 검색했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음식을 전혀 못 먹는 상태인 피해자를 학대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면서도 "당시 대화를 할 수 있던 피해자가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다만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피고인들의 학대 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할 수 있다"며 "아동학대치사 혐의는 유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피해자를 3개월 넘게 감금하면서 신체 학대를 반복해 숨지게 했다.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하기 어려운 범행인데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했다"면서 "피해자의 어머니 등 유족이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어려운 처지인 피해자를 도와주려다가 범행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딸을 양육할 의무를 소홀히 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딸을 잃은 슬픔과 죄책감에 누구보다 괴로운 상황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씨 등 3명은 지난 2월부터 5월15일까지 인천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 C양(17)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양은 양극성 정동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교회 신도들과 치료 방안을 논의하던 어머니가 "합창단이 C양의 치료를 맡겠다"는 말에 교회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 신도들은 C양을 교회에 감금한 채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병원 치료가 필요한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도 C양의 몸을 묶는 등 가혹 행위를 반복했다. 5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C양에게 성경 필사를 강요하고,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계단을 1시간 동안 오르내리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계속된 학대로 C양은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하게 되고 음식물도 전혀 섭취할 수 없었는데도 이들은 C양의 몸을 묶는 등 가혹 행위를 이어갔다. 결국 C양은 지난 5월15일 오후 8시쯤 교회에서 밥을 먹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 사망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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