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온스타일 송출수수료 협상 결렬·방송 중단
롯데·현대홈쇼핑도 대가검증협의체 요청
모바일 비중 더 큰데 …송출수수료는 상승
정부, TF 가동에도…업계는 '냉소적'
홈쇼핑 업계는 소비자들의 구매 트렌드 변화로 라이브방송, 쇼츠 등 모바일 방송 비중이 커진 만큼 송출수수료 인하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CJ온스타일 모바일 라이브쇼 신규 프로그램 MC 5인 이미지.CJ온스타일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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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온스타일,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대가검증협의체 '대기'
5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이날 자정부터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의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홈쇼핑사가 블랙아웃을 실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초부터 진행된 송출수수료 협상이 결렬되자 계약을 종료하고 해당 SO를 통해 방송을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CJ온스타일 측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합당한 송출수수료를 요청했지만, 케이블 TV 가입자 수와 취급고 감소세를 반영하지 않은 금액을 제시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방송 중단된 SO는 매출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곳으로 협상마저 소극적으로 임해 송출 중단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 기업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채널의 사용료다. 홈쇼핑 기업은 매년 유료방송사업자와 개별 협상을 통해 송출수수료율을 결정한다. 지난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본협상(5개월)+추가 협상(3개월)' 등 8개월 동안 수수료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수수료율을 둘러싸고 사업자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사례가 잦았다.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해 대가검증협의체의 중재를 기다리는 회사도 늘고 있다.
CJ온스타일도 과학기술부가 꾸린 대가검증협의체의 중재를 받을 예정이다. 협의체 위원 선정을 위한 자료 제출을 끝마친 상태로 3곳의 SO와는 별도의 추가 협상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
CJ온스타일 블랙아웃 사태의 핵심은 이용자 수 산정에 있다. CJ온스타일 측은 가이드라인이 정한 바에 따라 비주거 법인 이용자 수는 제외하고 수수료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송을 보지 않는 곳에는 돈을 낼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CJ온스타일 측은 법인 이용자들이 많은 '고화질 단방향 방식의 상품(8VSB)'을 이용하는 사람은 제외하고 수수료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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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SO 측은 8VSB 서비스 가입자를 제외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주된 가입자는 중장년층과 방송 시청 의존도가 높은 취약계층이라는 설명에서다. 또 전체 가입자 수를 보면 지난해 대비 5% 미만으로 소폭 감소했을 뿐인데 CJ온스타일은 수수료를 60%나 인하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CJ온스타일은 8VSB 실제 사용자가 누군지에 대한 자료를, 케이블TV는 상품 판매 데이터와 방송 기여분에 대한 자료를 서로 요청했지만, 양측 누구도 해당 데이터를 협상에서 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CJ온스타일 측은 "TV 방송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 비효율적인 송출 방식을 더는 감내하기 어렵다"며 "케이블 TV도 최근 지상파 무료 VOD 서비스를 중단하며 효용성이 급락한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던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대가검증협의체를 앞둔 또 다른 홈쇼핑회사로는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이 있다.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와 현대홈쇼핑은 IPTV 사인 LG유플러스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협의체 가동을 대기 중이다. 방송송출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가검증협의체가 시작되면 최대 90일 이내에 결과를 두 회사에 통보해야 한다. 과기부가 꾸린 5~7인의 위원들은 회의를 통해 수수료 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가이드라인에서 마련한 산식에 데이터가 적절하게 적용됐는지를 살펴보고 의견을 내게 된다.
홈쇼핑·케이블TV 모두 어렵다…"정부, 개입하려고 하지 않을 것"
홈쇼핑 업계는 TV 방송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줄고 있지만, 송출수수료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수료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 중이다. TV홈쇼핑협회의 '2023 TV홈쇼핑 산업 현황' 자료를 보면 홈쇼핑 7개 법인(GS샵,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공영쇼핑)의 전체 매출액은 5조5577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TV 방송 매출액은 더 많이 줄었는데, 2022년 2조8998억원에서 2023년 2조7920억원으로 6%나 줄었다. 전체 매출액에서 TV 방송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9%로 모바일, 인터넷 매출보다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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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송출수수료는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93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5~10%대 상승률을 보였던 과거와 비교하면 소폭 증가했다. 유료방송사업자 중 케이블TV와 위성방송사에 내는 송출수수료가 소폭 줄어들면서 상승률이 둔화한 것이다. 다만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은 처음으로 70%를 돌파했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사들이 지상파 3사 근처 번호보다 종편 사이 번호로 이동해 어떻게 해서든 비용을 줄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케이블TV 방송사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케이블TV방송사의 방송사업 매출을 보면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은 731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2%에 해당한다. 이어 방송수신료 매출(5830억원), 단일장치 매출(2954억원)순이다. 홈쇼핑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매출이 방송 전체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만큼 사업 운영을 위해서는 송출수수료를 대폭 인하해 줄 수 없는 상황이다.
매년 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간 갈등이 반복되면서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못했다. 지난 6월 과기부는 홈쇼핑 산업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지난 10월 유상임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TF에서)송출 수수료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홈쇼핑 업계는 정부 대책에 대해 냉소적이다. 정부가 TF를 가동했지만,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홈쇼핑 업계관계자는 "방송이라는 공공재를 활용해서 민간 사업자들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 간 거래에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중재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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