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LG디스플레이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LG디스플레이가 10년 넘게 공들여온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업이 풍전등화 신세에 놓여있다. 액정표시장치(LCD) TV 시대 이후 OLED TV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하며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으나 OLED TV 시장은 오히려 둔화하는 추세다.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중국 기업들의 가세로 TV용 OLED 시장에 ‘규모의 경제’가 형성될 것이라는 LG디스플레이의 전망이 빗나간 가운데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내년에도 시장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구원투수로 LG디스플레이 수장에 오른 정철동 사장은 지난 9월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을 단행하며 회사의 모든 자원을 OLED 분야에 쏟고 있지만, TV 분야에서는 마땅한 해답이 없는 상황이다. ‘애플통’으로 알려진 정철동 사장은 기대와 달리 애플향 사업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구조조정을 통한 불 끄기에만 전념하고 있다. 부임 이후 그는 5년 만에 사무직 대상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서울 지역 인력을 파주로 대거 이동시켰다.
◇ 정체기 맞은 TV용 OLED 시장… 홀로 서 있는 LGD
LG디스플레이는 지난 수년간 대형 OLED 분야에서 수익성 개선과 시장 확대를 내세웠지만 여전히 시장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LG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대다수 디스플레이 기업 사이에선 TV용 패널에 OLED보다는 미니 발광다이오드(LED)가 대세로 자리 잡았고,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TV보다는 IT분야에 집중시키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OLED TV 출하량은 143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 늘어난 데 그친 반면 프리미엄 LCD TV인 미니 LED TV 출하량은 44% 급증한 122만대로 집계됐다. 미니 LED TV는 매 분기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OLED TV는 지난해 역성장을 겪은 이후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업계에선 당장 내년부터 미니 LED TV 출하량이 OLED TV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게임용 모니터 등에서 OLED 패널 침투율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10년간 LG디스플레이의 OLED 생산능력은 대부분 대형 OLED 패널에 집중돼 왔으며 TV용 OLE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LG디스플레이 이외에 TV용 OLED 패널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패널 기업이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올 3분기 기준 LG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에서 TV 패널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이다.
그래픽=정서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수익성 떨어지는 TV용 OLED, 中 기업도 투자 확대 꺼려
2010년대 초반 OLED TV는 LCD TV를 대체할 만한 차세대 TV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당시에는 세계 1위 TV 기업인 삼성전자도 OLED TV에 전력을 쏟던 시기다. 중국 기업들도 LCD TV에서 OLED TV로 포커스를 옮기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OLED TV를 포기하고 LCD TV를 개선한 퀀텀닷 기반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고, 이는 중국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전 세계 TV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이 OLED TV 대신 프리미엄 LCD TV로 분류되는 미니 LED TV에 주력하면서 LG디스플레이 TV용 OLED 패널의 성장 한계가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7년여 전 대형 OLED 생산시설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나 저조한 수요에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TV용 OLED 팹 가동률을 급격히 낮춰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OLED TV 패널 시장의 미래가 어둡다고 입을 모은다. LCD TV의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 데다 품질도 크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100인치 LCD 오픈셀(구동 회로와 백라이트가 포함되지 않은 LCD 패널) 가격은 500달러(약 70만원)가량인 반면 OLED 패널은 77인치가 900달러(약 127만원)에 달한다. 크기가 더 작은데도 OLED 패널의 가격이 80% 더 비싼 것이다.
강정두 옴디아 수석연구원은 “대형 OLED 패널은 수익성이 낮아 중국 업체들마저도 진입하지 않고 있다”며 “OLED TV 패널이 안 팔리니 그보다 수익성이 나은 모니터용 OLED로 생산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이마저도 만만치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6400억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률은 -8.9%(1분기), -1.4%(2분기)로, 경쟁사 삼성디스플레이 영업이익률(1분기 6.3%, 2분기 13.6%)과 격차가 크다.
시장에서는 패널 수요 불확실성이 한동안 이어진다고 보고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남궁현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대형 패널 수요가 쉽게 오르지 않아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실적은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 평균)를 12%가량 하회할 전망”이라며 “절대적인 수요는 여전히 낮아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28%, 52% 하향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올해 들어 22% 넘게 하락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