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불안심리 커지자
서울 전역 매물 일제히 증가
견본주택 경비 삼엄해지고
국토부 행사일정 대거 취소
서울 전역 매물 일제히 증가
견본주택 경비 삼엄해지고
국토부 행사일정 대거 취소
3일 급작스런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문가들은 한동안 부동산시장이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일대 아파트들의 모습.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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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조성된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 견본주택. 방문객 20여 명이 안내원의 설명을 듣거나 분양 상담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방호조끼를 착용한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던 것. 견본주택에는 원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비업체 직원들이 소수 고용되지만 이날 분위기는 특별히 삼엄했다.
간밤 갑작스러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6시간 만에 끝났지만, 부동산업계는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 호흡이 긴 부동산 시장은 금융·증권 시장보다는 이번 사태 파장이 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출 여건도 까다로운 상황에서 경제·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 매수 의향자들의 관망세는 더 심해질 수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이 빨리 정리가 됐고, 증시를 비롯한 다른 자본시장도 점차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라면서도 “다만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비상계엄이 이른 시간 안에 해제되면서 건설사들도 일단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다. 비상계엄 상황이 길어지면 건설사들도 분양 일정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6일 견본주택을 열 계획이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 리츠카운티’ 등 대부분 단지들은 분양 일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 등 청약일정을 마친 단지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당첨자 최고 가점은 79점으로 84㎡ B타입에서 나왔다. 6인 가구가 15년간 무주택으로 버텨야 나올 수 있는 점수다.
하지만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부동산 시장도 일정 부분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로 대외 경제 상황이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대부분이다. 간신히 진정된 공사비 문제도 환율 등이 불안해지면 원자재에 영향을 미치면서 고개를 들 위험이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인해 국가 신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 그만큼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발표된 다음 날인 4일 서울 전역의 매물이 일제히 증가했다. 서울 강동구(2%), 중랑구(1.9%), 서초구(1.8%) 등 22개 자치구가 하루 만에 매물이 1% 이상 늘었다. 전남 영광군에서는 전날에 비해 19.5% 매물이 늘어났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동력이 약화된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소위원회는 열리지 못했다. 당초 국토법안소위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를 개선하는 법안(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이 다뤄질 예정이었다. PF 현황을 관리하기 위한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PF 조정위원회를 법제화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국회가 탄핵 정국에 접어들며 법안소위가 언제 열릴지 기약이 없어진 상황이다. 국토부는 원래 12월 정기국회 안에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이 통과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촉진법 역시 언제 제정될지 불투명해진 실정이다.
비상계엄 여파로 국토교통부 행사와 일정도 대거 취소됐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함께 ‘공공주택 공급 실적 및 계획 점검 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당일 오전 취소했다.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준비하던 ‘인천 남동 산업단지 민관합동 문화융합 협의체’ 발족식도 당일 취소돼 열리지 못했다.
다만 박 장관은 오전 10시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오후 2시에는 경기 과천시에서 열린 철도 파업 대비 수송대책 점검회의에도 영상으로 참여했다. 비상계엄의 후폭풍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인 데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5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오후 11시께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도로, 철도, 교통, 건설현장 등이 정상 가동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건설업계 일각에선 해외 수주 활동 위축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제기된다. 국내 불확실성이 해외 수주 경쟁력에 타격을 입히는 데다 환율 급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발주처로부터 국내 정세 불확실성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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