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 법적으로 나치 범죄 피해자에게 첫 보상
1944년 치비텔라 학살 사진과 피해자 중 한명인 메텔로 리차리니 |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1944년 나치 독일군에게 학살당한 이탈리아인의 후손이 80년 만에 전쟁 범죄 보상금을 받았다. 이는 피해자의 후손들이 수십년간 싸운 결과로 이탈리아 정부가 나치 범죄 피해자에게 법적으로 보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디아레초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제재정부는 '치비텔라 학살'의 피해자인 메텔로 리차리니의 후손에게 80만유로(약 12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리차리니의 조카이기도 한 가족 변호사 로베르토 알보니는 "지난주 경제재정부에서 보상금을 받았다"며 "보상을 받기까지 2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나치 독일은 1943년 9월 동맹국이던 이탈리아가 연합국과 휴전 협정을 맺자 이탈리아 본토를 침공했고, 치비텔라 학살은 이로부터 9개월 뒤인 1944년 6월 29일에 발생했다.
이탈리아 의용군 파르티잔과 교전에서 나치 독일군 2명이 사망하자 이탈리아 중부 치비텔라 지역에 있는 마을 주민 244명을 상대로 보복을 자행한 것이 학살의 배경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7년 만인 1962년 독일 정부는 나치가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국민에게 끼친 피해 보상 차원에서 4천만 마르크(현재 가치로 10억유로·약 1조4천891억원)를 지급했다.
이탈리아는 이 돈으로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었지만 수십년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마리오 드라기 총리 시절인 2022년에야 뒤늦게 6천100만유로(약 908억원)의 피해 보상 기금을 조성해 보상 요구에 대응하기로 했다. 리차리니의 후손들이 이 기금에 근거해 첫 보상을 받게 된 것이다.
제1야당 민주당(PD)의 다리오 파리니 상원의원은 "나치 파시스트 범죄 피해자의 후손에 대한 보상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한 싸움에서 중요한 첫 번째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보상이 다른 피해자 가족들에게 의미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16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게 학살된 이탈리아인은 유대인 8천명을 포함해 2만2천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탈리아인 수천명이 독일로 끌려가 강제노역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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