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도정한 기원위스키증류소 대표
경력 40여년 스코틀랜드 장인 영입… 韓 최초 싱글몰트 출시해 품귀 현상
“日 위스키보다 강렬한 ‘펀치’ 있어… 해외 소비자 늘며 美 등 9개국 수출”
도정한 기원위스키증류소 대표는 “해외 위스키 애호가들이 대부분 50대 이상인 반면 한국 위스키 소비자들은 20, 30대로 젊고 여성들도 많다”며 해외 위스키 제조사들이 부러워하는 시장 환경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위스키 맛과 향을 확인하기 위해 술을 매일 마신다”며 “남들보다 ‘큰 간’을 갖고 태어난 것 같다”는 농담을 던졌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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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에게 매번 ‘한국은 위스키가 없나’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제가 만들기로 했어요.”
지난달 12일 서울 중국 명동의 한 칵테일 바에서 만난 도정한 기원위스키증류소(옛 쓰리소사이어티스) 대표(50)가 한국산 위스키를 만든 동기는 이처럼 간단했다.
그는 2018년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증류소인 ‘쓰리소사이어티스’를 경기 남양주에 설립했다. 싱글몰트는 보리와 물, 효모만으로 만든 위스키 원액이다. 맛과 향이 강한 고급 위스키로 분류된다. 쓰리소사이어티스는 2020년부터 3년간 숙성 과정을 거쳐 지난해 2월 ‘배치’를 출시했다. 배치의 가격은 10만 원대 초반. 모든 생산 과정이 한국의 사계절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애주가들을 사로잡으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인기에 힘입은 기원위스키증류소는 지난달 말 △호랑이 △독수리 △유니콘 등 기원 시그니처 라인 3종을 출시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도 대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한국에 들어와 아리랑TV에서 기자·PD를 했다. 이후 에델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2013년까지 일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2014년 수제맥주 회사인 핸드앤몰트를 설립해 2018년 AB인베브에 매각하고 위스키 사업에 뛰어들었다.
위스키 품질을 위해 도 대표가 가장 공들인 건 위스키 제조 경력 40여 년의 스코틀랜드 출신 마스터 디스틸러(증류주 생산자) 앤드루 샌드 씨 영입이었다. 샌드 씨는 1980년부터 스코틀랜드의 글렌리벳 증류소, 일본의 니카 증류소 등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은 위스키 제조 전문가다. 그는 “샌드 씨에게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선물하면서 한국에서 지내보라고 설득했다”며 “그가 한국에서 1년을 지내면서 사계절의 다채로움에 반했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한국은 위스키 제조에 있어 축복받은, 천혜의 환경을 갖춘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다채로운 사계절과 그에 따른 큰 연교차다. 위스키 원액은 배럴(나무 통) 안에서 숙성되는데 여름과 겨울의 큰 연교차는 배럴 팽창과 수축에 도움이 된다. 그는 “여름에는 배럴이 팽창하면서 위스키 원액을 빨아들였다가 겨울에는 뱉어내는데, 이는 위스키 숙성을 빠르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기후가 상대적으로 일정한 스코틀랜드나 대만 등에 있는 증류소에서 4년은 숙성해야 나는 맛을 한국에서는 1년이면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 이처럼 위스키를 만들기 좋은 환경인데 왜 증류소가 별로 없나’라고 묻자 그는 “위스키로 돈 벌기는 힘들다”며 웃었다. 그는 “위스키 숙성에 들어가는 시간을 견뎌야 하고, 거기 들어가는 맥아, 배럴, 숙성창고 등을 마련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가 한국산 위스키를 생산하겠다고 뛰어든 이유는 ‘한국 술 문화를 더 건전하게 만들겠다’는 포부 때문이다.
한국 위스키의 특징을 묻자 그는 강렬한 ‘펀치’가 있다고 표현했다. 가령 일본 위스키가 미소 된장국처럼 슴슴하고 은은하다면, 한국 위스키는 된장찌개 같다는 것이다. 두 음식 모두 된장을 원료로 하지만 된장찌개의 맛이 더 강렬한 것처럼 위스키도 국가의 식문화를 닮았다.
그는 지금이 한국산 위스키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적기라고 보고 있다. 그는 “한국 술 문화에 호기심을 가지는 해외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우리 제품도 영국, 미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9개국에 수출되고 있다”고 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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