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전공의·의대생 "처단 명시는 위헌적…의대·전공의 모집 중단하라"
전국의대교수단체 "의료계를 반국가 세력으로 호도…관련자 사퇴하라"
의협이사 "자유 대한민국 맞나"…전공의들 "충격적, 누가 돌아가겠나"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관련 뉴스 |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발표된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에 담긴 '이탈 전공의 처단'이라는 표현에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전공의 등 의료인에 대한 조치가 담긴 포고령으로 인해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동하는 의료진 |
◇ 의대 교수들 '처단' 발언 문제 제기…"하야" 한목소리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4일 공동성명을 내고 "윤석열과 대통령실 참모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관련자들은 당장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사직 전공의들이 아직도 파업 중이라는 착각 속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하겠다는 망발을 내뱉으며 의료계를 반국가 세력으로 호도했다"면서 "국민을 처단하겠다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 건 정권이 반국가 세력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계엄사령부는 제1호 포고령에서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했다.
의료계는 전공의들이 이미 사직 처리됐으므로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상황이 아닌 데 계엄사령부가 처단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성명에서 "더욱 놀라운 건 계엄포고령에 의사들을 처단 대상으로 명시한 것"이라며 "의사가 반국가세력이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더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 즉각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내란죄를 범한 것에 대한 합당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의협) 기획이사이자 전임 집행부 대변인은 "대통령의 우격다짐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공의를) 국가 전복을 꾀하는 내란 세력으로 간주해 처단하겠다는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맞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의사협회장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 5명도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광장에 나선 광주 시민들 |
◇ 전공의들 "협박하는데 누가 돌아가겠나"…전공의 모집 '파행' 우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반발도 거세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와 서울의대 학생회는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특정 직업군을 상대로 포고령 위반 시 처단할 것을 명시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로 그 자체가 위헌적이며 폭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상윤, 조규홍, 박민수, 이주호 등은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맹종한 것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태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모든 책임을 다하라"며 내년도 의대 및 전공의 모집을 잠정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포고령이 복귀하려던 전공의들의 발길마저 돌려세웠다는 평마저 나온다.
사직 전공의 A씨는 "마치 전공의들 때문에 계엄포고령을 내린 것처럼 쓰여 있지 않느냐"며 "대체 처단은 무슨 의미냐. 저렇게 무섭게 협박하는 데 누가 돌아가겠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전공의 B씨 역시 "계엄령에 전공의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사태 해결에 의지가 없는 줄은 알았는데 진짜 우리를 반국가세력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공의 |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포고령을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처단'이란 단어 선택은 법적·군사적으로 강력한 제재를 가해 청년들을 굴복시키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의 표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날 시작되는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도 파행 가능성이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역의 전공의 C씨는 "비상계엄 선포 후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내년 3월에도 (전공의들이) 돌아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일부는 병원에 돌아와 수련을 재개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었을 텐데 현 상황에선 과연 누가 지원을 하겠느냐"며 "지원율이 높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의정 갈등 장기화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악수를 뒀다는 데에는 의료계 내부의 이견이 거의 없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교수는 "가뜩이나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전공의 운운하는 포고령까지 내렸으니 앞으로 대화가 되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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