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관세 설계자’ 라이트하이저
2기 내각서 중용 가능성 낮아져
USTR 대신 월가 인사들이 주도
"숙련된 협상가 빠져 의제 난폭
무역 정책 종잡기 어려워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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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의 어른(The adult in the room)’
미국 정가에서 무역 분야와 관련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그만큼 라이트하이저는 반대 진영인 자유무역주의자들까지 인정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험과 존재감을 갖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1기의 무역정책 설계자였던 그가 차기 내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2기의 무역 의제가 난폭하거나 무질서하게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현지 시간) 폴리티코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대통령직 인수팀 소식통을 인용해 라이트하이저가 주요 직책에서 배척된 것으로 진단하면서 트럼프 2기의 무역 분야에서 USTR보다는 백악관과 월가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라이트하이저는 주요 직책의 후보자 명단에 꾸준히 올랐으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계속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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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라이트하이저 기용 전망이 희미해진 첫 번째 신호는 지난달 트럼프가 하워드 러트닉 캔터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를 상무장관에 선택했을 때”라면서 “트럼프는 러트닉에게 USTR을 포함한 무역 의제에 대한 전권을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라이트하이저의 발탁 가능성이 점쳐지던 재무장관에도 친(親)트럼프 월가 인사인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그룹 창업자가 낙점됐다. 경험이 풍부한 경제 관료가 아닌 월가 인사들이 경제 부처 고위직들을 독점하는 모양새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1기 당시 미 무역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꾼 트럼프 무역의 설계자로 불린다. 자유무역을 ‘약탈적 정책’으로 규정하는 그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대(對)중국 무역 전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을 주도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미 의회와 행정부 간 협상을 이끌어내고 보호무역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도 능숙한 통상 전문가로 꼽힌다. 이 때문에 라이트하이저가 빠진 트럼프 2기의 무역은 훨씬 더 종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WSJ는 “무역 법안에 대한 백과사전급 지식을 갖춘 숙련된 협상가인 라이트하이저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트럼프의 야망이 좌절될 수도 있다”면서 “트럼프는 월가의 임원과 경제학자 그룹에 의지하려 하는데 이들 대다수는 무역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고 짚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라이트하이저의 반대 진영인 자유무역 싱크탱크들 사이에서도 라이트하이저가 빠진 트럼프 2기가 과격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충격적인 관세 계획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벌써부터 전 세계 무역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그는 앞서 멕시코와 캐나다가 불법 이민과 미국으로의 마약 유입을 억제하지 않으면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으며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도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또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에 대해서는 달러 패권을 위협할 경우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는 측근들에게 위험한 변화를 감수하기에는 라이트하이저가 너무 소심하다고 불평해왔다”면서 “이는 곧 미국을 강타할 더 큰 충격을 예고한다”고 진단했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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