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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준전시 비상사태 아닌데"···국무위원 상당수도 '계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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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후폭풍]위헌 논란 확산

정부관료 탄핵·예산 전액삭감 등

법조계 "계엄발동 요건 미충족"

계엄사령부가 내린 포고령 1항

'국회 활동금지' 헌법 정면 충돌

"軍 국회 진입 내란 해당" 지적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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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국가 세력 척결’을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4일 법조계와 학계·정치권 모두 근거 없는 위헌이라고 평가했다. 비상계엄 선포 요건인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데다 계엄사령부의 ‘국회 활동 금지’ 조치는 헌법과 정면으로 충돌해서다. 이 때문에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다수 국무위원이 계엄안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선포는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권한이다. 헌법 77조는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문제는 지금이 국가비상사태가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법조인 출신인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 관료 탄핵 소추 △주요 예산 전액 삭감 △사법 행정 시스템 마비 등을 두고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규정하며 계엄의 주요 근거로 내세웠지만 이 주장에 공감하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경찰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폭동이 일어나거나 휴전선 인근에 북한이 군대를 주둔하는 등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돼야 하는데 대통령이 언급한 사유는 국가비상사태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탄핵 오남용, 예산안에 대한 자의적 삭감 등 민주당의 행위가 위헌적으로 판단됐다 하더라도 이는 군사적으로 제압해야 하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계엄이 선포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반국가 세력을 척결한다는 이야기를 대통령의 언어로 할 수 있다는 게 참 놀랍다”고 밝혔다.

박안수 계엄사령관이 내린 계엄포고령 1항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 역시 위헌 요소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은 계엄사가 정부와 법원·언론을 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국회에 조치할 근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계엄법은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며 국회의원을 보호한다. 또 헌법은 국회에 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한 만큼 계엄 포고령과 무장한 계엄군의 국회 진입 모두 불법·위헌이라는 평가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권한이 없는데 국회 활동을 금지시킨 것은 초헌법적 선언”이라고 언급했다. 계엄법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에 알리도록 했는데 이 절차도 생략됐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위헌이라며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위헌”이라고 밝혔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선포는 절차와 내용 모두 헌법·법률 위반으로 수사기관은 내란의 우두머리 윤석열을 직접,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한동훈 대표 역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위법하다”고 짚었으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 헌정질서가 테러를 당했다”며 “위헌적 친위 쿠데타”라고 강조했다.

대국민 담화 직전 윤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다수의 장관이 계엄 선포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위원들은 의결 안건이 계엄 선포안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용산 대통령실로 모였고 국정 2인자인 한 총리 역시 계엄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그럼에도 계엄 선포를 강행한 것이다. 헌법상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국무회의는 계엄 선포안을 심의할 수 있을 뿐 찬반 의결을 할 수 없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엄 발표 전 국무회의에서 누가 반대했고 누가 찬성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 군의 국회 진입이 내란 혐의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해 군대가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고, 경찰은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았다”며 “내란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등 다수 범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헌법 84조에 불소추 특권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내란이나 외환의 죄를 예외로 두고 있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김예솔 기자 losey27@sedaily.com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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