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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일본인이 지은 단성사 닮은 울산 상반관, 어촌 근대극장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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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920년대 일본인이 지은 울산 최초 극장 '상반관(常盤館)'의 실제 모습이 사진으로 처음 확인됐다. 사진 울산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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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일본인이 지은 울산 최초 극장 '상반관(常盤館)'의 실제 모습이 사진으로 처음 확인됐다. 사진 울산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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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일본인이 지은 울산 최초의 극장 '상반관(常盤館)' 실제 모습이 사진으로 처음 확인됐다. 상반관은 1940년대 화재로 소실됐다. 상빈관은 일본인 건축가 오에 도시조(大江俊三)가 1908년 지은 서울 첫 극장 '단성사'처럼 나무 구조가 아닌 벽돌과 콘크리트 등 근대적인 방식으로 건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학 울산과학대 전 교수는 "최근 일제시대 울산 방어진에 존재했던 상반관 실제 모습 사진 자료를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그는 논문 자료 수집을 위해 찾은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사이트에서 상반관의 과거 모습이 담긴 일본 엽서를 발견했다.



고토쇼텐 발행 엽서 사진에 존재



이 엽서는 일본인 상점인 고툐쇼텐(後藤商店)에서 발행한 것으로, 엽서 하단에 '방어진 영정(榮町)'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영정(榮町)'은 당시 일본식 도로명 표기다. 엽서는 상반관과 함께 울산 방어진 일대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 속 상반관은 서울과 멀리 떨어진 작은 어촌에 지어진 극장인데도 아치형 지붕을 갖춘 3층 짜리 근대 건축물이다. 서울 종로 단성사와 유사한 모습으로, 극장 정면에는 세로로 배열된 창문 3개와 2층 난간에 세운 영화 간판이 보인다. 이 전 교수는 "극장 특유의 높은 천장 때문에 외부에서는 3층 건물로 보이지만, 내부는 2층까지만 객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1920년 초 개관한 상반관은 1941년 화재로 소실되기 전까지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각종 예술 공연·집회·공공 회의·토론의 장으로 활용됐다. 상반관은 사쿠라바상회(櫻庭商會) 점주이자 영화 배급을 하던 사쿠라바 후지오(櫻庭藤夫)가 개관했다. 개관 당시 이름은 '상반좌(常盤座)'였다고 한다. 그러다 1925년 객석 방식을 바닥(다다미)에서 의자에 앉는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이름을 '상반관'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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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울산 방어진의 골목골목을 그린 지도.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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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관은 20여 년 동안 1926년 개봉작 '아리랑'을 비롯한 화제작을 꾸준히 상영했으며, 일본 스모 선수를 초청해 작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연극·영화사에선 온전히 기록되지 않고 울산 향토 사학자와 일부 지역민의 구전 등으로만 전해져 그간 극장 존재 자체를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현재 상반관이 있던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방어진 과거 일본인 집단 거주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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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방어진의 과거 모습과 흔적. 과거 사진은 방어진 박물관에 전시중인 사진을 직접 촬영한 것이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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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의 상징인 극장이 방어진에 들어선 것은 이곳이 일본인 집단 이주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1897년 일본인 선박이 조업 중 방어진에 떠내려와 도착하면서 방어진 앞바다에서 삼치류가 많이 잡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가가와현(香川)과 오카야마현(岡山) 등에서 일본인 어부가 하나둘 이주하기 시작했다.

1910년 방어진은 30가구 규모 어촌에 불과했지만, 1940년대 일본인 가구가 500여 가구에 달했다고 한다. 방어진에는 일본 지명을 그대로 따서 '히나세 골목(日生町)'이 있을 정도였다. 또 우체국·전당포·금융조합·일본수산 출장소·여객터미널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전기도 울산에선 가장 먼저 들어왔다. 일본인 수산회사인 하야시카네(林兼)가 방어진에서 사업을 하면서 직원 전용 목욕탕인 '하리마야탕(はりまや湯)'을 지었고, 이는 현재 '장수탕'이라는 대중목욕탕으로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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