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CBS 특별기획 '화순 폐광 180일, 신음하는 광부들'②]
화순 탄광 노동자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원 신세
대부분 회복할 새 없이 수술·재활 반복
근로복지공단 내부지침 3~4개월 요양기간 줘
전문가 "주치의 판단 신뢰 해야"
국내 1호 탄광 전남 화순탄광이 지난해 6월 폐광된 지 1년 반이 지났다. 118년 탄광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쓴 200여 명의 광부들이 남은 생을 이어가고 있지만 산업재해로 신음하고 있다. 광주CBS는 화순탄광 광부들의 산업재해 현황과 문제점, 대책 등을 짚어보는 특별기획 '화순 폐광 180일, 신음하는 광부들'을 마련했다. 4일에는 두 번째 순서로 요양 기간이 단축돼 회복할 새 없이 수술과 재활 등을 병행해야 하는 광부들을 이야기를 보도한다.
전남 화순의 탄광 노동자가 작업을 마친 후 몸을 씻고 있다. 전남 화순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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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
①폐광 후 줄잇는 복합산재 신청…신음하는 화순탄광 퇴직 광부들 ②회복할 새 없이 수술·치료 반복하는 화순 폐광 광부들 (계속) |
"1년 동안 전신마취를 세 번 받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닙니까? 가족들도 걱정합니다. 혹시나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요."
전남 화순에서 자영업을 하던 김광현(68)씨가 산업 전사인 광부로 뛰어든 것은 지난 2008년.
김씨는 42세라는 늦은 나이에 광부로서의 삶을 시작했고, 지난해 6월 화순 탄광이 폐광되기 전까지 이곳에서 15년을 근무했다. 그는 이곳에서 채탄 작업을 하거나 장비를 전달하는 보조팀원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극골격계 질환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김씨는 "맨 처음에 수술하러 들어갔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면서 "두 번째 수술할 때는 조금 기분이 안 좋았고, 세 번째 들어갔을 때는 정말 수술대에 올라가기가 싫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취 수술을 1년 동안 세 차례 해야 하니까 가족들이 수술을 말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비좁은 환경에서 여러 동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양 어깨와 팔꿈치, 허리 등 네 곳을 다쳤다. 탄광이 폐광되기 세 달 전인 3월, 광주의 한 병원에서 무릎과 양 어깨, 팔꿈치, 허리 등을 대상으로 MRI 촬영을 했다. 노무사의 조언을 받아 산재 신청을 위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지난 1월 광주의 한 병원에서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았다. 이어 오른쪽 어깨의 재활이 끝나지 않은 지난 5월 왼쪽 어깨 수술을 받았으며, 지난 11월에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1년 사이에 무려 세 번이나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김씨는 "제일 힘든 과정이 나이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4개월이 아니라 한 6개월 정도로 늘리거나, 수술도 1년에 두 번 정도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탄광 노동자가 전남 화순 탄광에서 고된 작업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전남 화순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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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탄광 노동자 임용귀(49)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임씨는 지난 2008년부터 화순 탄광이 문을 닫은 2023년까지 16년 동안 갱 안에서 석탄을 캤다.
임씨가 산재를 신청한 부위느 양 팔꿈치와 어깨, 목 등 모두 6곳에 이른다. 임씨는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팔꿈치와 목 왼쪽 어깨 등을 수술했다. 다른 3곳의 수술도 앞두고 있다.
임씨는 "병원에서 근로복지공단이 회복 중인 상태에서 다른 부위를 수술하라고 했다고 전해 들었다"면서 "낫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부위를 수술하고 동시에 재활까지 하니까 고통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 기간이 더 필요한데 억지로 수술을 하고 재활 치료를 받다 보니 너무 힘들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탄광 노동자들은 김 씨나 임 씨처럼 노무사의 도움을 받아 MRI를 촬영한 뒤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에 진료 계획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산재를 접수했다. 그러나 일부 탄광 노동자들은 병원 등의 도움을 받아 개인적으로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 접수 처리 기간은 보통 4개월 정도 소요되지만, 최근에는 6~7개월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 후 요양 기간은 1개월의 입원 치료와 3개월의 통원 치료로 총 4개월이다.
전남 화순 탄광 노동자들의 안전헬멧과 배낭. 전남 화순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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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산업재해를 신청한 탄광 노동자들은 4개월간의 요양 기간이 회복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화순 탄광 노동자 상당수가 다른 노동자들과 달리 전신을 활용해 작업을 하면서 복합 질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6~7개월씩 요양 기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허위 환자를 예방하기 위해 내부 지침으로 3~4개월의 요양 기간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환자마다 같은 상병이라도 상태가 다를 수 있어 요양 기간과 관련해서는 법령에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기본적으로 3~4개월 단위로 하거나, 진폐증이나 뇌심혈관계 질환은 1년 단위로 하는 내부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된 규정은 없지만, 진료 계획을 세울 때 의사에게 자문을 받아서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개된 규정은 없지만 진료 계획을 세울때 의사한테 자문을 받아서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탄광 노동자들이 전남 화순 탄광에서 허리를 숙인 채로 작업하고 있다. 전남 화순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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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단순히 요양기간을 줄이는 것은 환자에게 오히려 부담만 가중될 뿐 적절한 치료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조승규 노무사는 "나이롱 환자를 잡기 위해 일률적으로 요양 기간을 줄이는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주치의의 판단을 신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명확하고 일률적인 요양기간 단축으로 탄광 노동자들이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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