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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미술의 세계

시간 버티며 스스로를 지킨 미륵석상…이끼바위쿠르르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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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 전시…17명 작가 참여 '언두 플래닛'전도 열려

연합뉴스

이끼바위쿠르르 전시 전경[아트선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021년 결성된 작가집단 '이끼바위쿠르르'(김결, 김종원, 조지은)는 자신들을 '시각 연구 밴드'라고 표현한다.

식물과 자연현상, 인류, 생태학의 연계를 탐구하고 이를 시각미술화하는 이끼바위쿠르르의 첫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은 버려진 장소와 돌, 특히 전국 곳곳에 남아 있는 미륵 석상에 주목했다.

미래에 올 부처인 미륵은 불교뿐 아니라 무속 등과 섞여 마을의 수호신이나 일상을 지켜주는 존재로 생각돼 사찰 주변이나 마을 어귀에 조각되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방치됐고 지금은 상당수가 버려진 돌로 남아있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역설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곳에 방치돼 사라지지 않고 남을 수 있었던 전국의 미륵 석상들을 찾아다녔고 그 결과를 영상과 설치, 평면 작업으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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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바위쿠르르 전시 전경[아트선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상 작업에서는 망가진 축사 옆이나 폐교 인근 같은 곳에 남아 주변 풍경에 녹아든 미륵 석상들을 포착해 2개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프로타주 기법(문지르기. 물체 위에 종이를 대고 흑연 등으로 문질러 물체 표면의 형상이 드러나게 하는 기법)으로 미륵 석상을 한지에 숯으로 탁본한 '더듬기' 작업은 미륵의 세부를 좀 더 자세하게 살핀다. 전시장에는 실제 전북 임실의 논밭에 있는 석상을 본뜬 설치 작업 '거꾸로 사는 돌'도 놓였다.

이끼바위쿠르르의 조지은은 "(미륵 석상이 남아 있는 곳은)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는 장소이기 때문에 미륵이 오랜 시간을 버티고 스스로를 지킨 것처럼 보였다"면서 "버려짐으로써 오히려 그 존재가 지켜지는 것을 보며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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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두 플래닛'전에 출품된 홍영인의 '학의 눈밭' 전시모습 [아트선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기간 아트선재센터에서는 국내외 17명 작가(팀)가 참여해 기후변화와 생태계 문제를 다룬 '언두 플래닛'(Undo Planet)전도 열린다.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홍영인은 겨울 강원도 철원에 날아오는 두루미를 탐조한 뒤 두루미 가족을 위해 만든 왕골 신발을 선보인다. 양혜규는 역시 철원을 배경으로 '봉희'라는 꿀벌을 통해 분단과 냉전의 문제 등을 다룬 영상 작업을, 프랑스 작가 시몬 부드뱅은 벨기에 브뤼셀에 나타난 붉은 여우 이야기를 담은 영상 작업을 각각 출품했다.

미국 유타에 설치된 대지미술(Land Art)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로버트 스미스슨의 1970년작 '나선형 방파제'의 제작 과정 영상도 볼 수 있다.

아트선재센터는 내년 2월 하종현의 1959∼1974년 초기 회화 실험을 살피는 전시를 시작으로 홍영인 개인전(5∼7월)과 스페인 현대미술 작가 10인전(5∼7월), 아르헨티나 조각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개인전(8∼12월)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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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두 플래닛'전에 출품된 양혜규 작품 전시 모습 [아트선재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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