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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법조계 "비상계엄 사유인지 의문…대통령 탄핵 충분조건 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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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군인들이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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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한 비상계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해된 1979년 10·26 사태 때 선포된 후 45년 만으로, 헌정사 역대 17번째다. 1987년 민주화 후로는 한 번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인 만큼 법조계에선 계엄 선포 요건과 계엄의 효과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헌법상 계엄 선포 요건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77조 1항)고 선포가 가능하다. 과거 여수ㆍ순천 사건, 6·25 전쟁, 5·16 군사정변 등 전시 또는 전시에 준하는 상태에서 선포돼왔다. 별도로 계엄법은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등 공직자 탄핵, 예산 삭감 등 행정부 마비를 근거로 삼았다. 윤 대통령은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 검사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며 “국가 예산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 훼손하고 대민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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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이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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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들은 대통령이 언급한 상황이 헌법에 규정한 계엄의 실체적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사유가 도저히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탄핵사유의 충분조건을 충족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 소집을 막거나 의원들의 국회 회의장 입장을 막으면 대통령의 내란범죄가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통화에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기비상사태란 군 병력이나 경찰력으로 질서 유지가 안 되는 상황을 뜻한다”며 “민주당이 사법부의 독립과 형사사법 절차 기능을 제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계엄을 선포할만한 행위라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나아가 “이번 계엄 선포가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장 교수는 “비상계엄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오남용했다고 하면 탄핵사유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계엄은 윤 대통령의 방송 회견을 통해 선포됐다. 이에 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인 국무회의 심의를 거쳤는지도 관건이다(계엄법 2조 5항).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명백한 계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계엄사령관은 계엄 선포와 동시에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계엄법 7조 1항)하게 된다. 국방부 장관의 지휘와 감독을 받지만, 계엄지역이 전국일 경우 대통령이 직접 지휘할 수 있다.

계엄사령관이 사법권을 갖게 되면서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장 교수는 “법원의 영장을 받아서만 체포 구속할 수 있는데, 영장 없이도 체포 구속할 수 있도록 갈 가능성은 배제 못 한다”며 “재판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중단시킬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원 관계자는 “일반 재판사무는 일단은 그대로 돌아갈 듯”이라면서도 확답을 하지 못했다.

아울러 ‘정보·보안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을 포함한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은 지체 없이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8조 1항) 한다. 또 계엄법이 정한 국가보안법 위반 및 공무방해에 관한 죄 등은 재판을 군사법원에서 맡는다. 계엄사령관의 필요에 따라 해당 관할 법원에서 재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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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계엄 선포와 함께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육군참모총장) 사령관은 직후 포고령 1호를 발표했다. 3일 오후 11시부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등 6가지 내용이다.

그러면서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 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고도 덧붙였다. 모두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계엄 선포 시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헌법 77조 3항)는 조항을 적용했다.

다만 계엄 선포에도 계엄법에 의해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13조)고 돼 있다. 아울러 헌법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77조 5항)고 규정한 만큼, 곧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 의석(170석)만으로도 재석 의원 과반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조차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잘못된 것. 국민과 함께 막겠다”(한동훈 대표)고 밝힌 상태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일부 여야 의원은 국회를 방문했다. 우 의장은 “국회는 장소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의원들이 모여서 집회를 열면 그곳이 국회”라고 말했다.

김준영ㆍ최서인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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