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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특파원 칼럼]트럼프의 우크라 구상과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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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즉시 종전”을 호언장담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한반도 안보와도 직접 엮인 문제가 됐다. 이 전쟁이 어떻게 매듭지어지느냐에 따라 트럼프 집권 2기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좌우될 수 있다.

트럼프의 종전 구상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 지명자의 언론 인터뷰나 지난 4월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보고서 등을 통해 방향성을 짐작하는 정도이다. 미국의 군사 지원을 지렛대로 양측에 평화협상 참여를 압박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우크라이나에는 협상 참여를 무기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확대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연기라는 강온 전략으로 협상장에 유도하는 식이다.

휴전 혹은 종전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한국전쟁을 비롯해 과거 고강도 분쟁이 그러했듯 점령 영토를 중심으로 교전이 격화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이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는 유럽의 우려를 불식할지도 미지수다. 확실한 것은 트럼프가 철저하게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 관계에 입각해 전쟁 당사국들을 다루리라는 점이다.

AFPI 보고서는 트럼프가 재임 시절 푸틴과 직접 대화하며 “미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면서도 긴장을 낮추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았다며, 이를 거래적 접근(transactional approach)으로 명명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선 푸틴과의 대화 대신 “인권·민주주의 등 글로벌 엘리트의 이상주의적 의제”를 앞세우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트럼프 측이 정상 간 대화를 통한 ‘주고받기’를 대러 전략의 기초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AFPI는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전략 설계에 깊이 관여하는 ‘트럼프 싱크탱크’다.

보고서는 특히 “바이든의 대러 적대시 정책은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미국의 적으로 만들었고, 러·중 밀착, 러·중·이란·북한의 새로운 축의 형성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전 장기화는 (4개국) 동맹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면서 이들의 협력 저지를 위해 종전이 시급하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이들을 떼어놓기 위해 트럼프가 북한 등과 톱다운 거래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아주 불가능한 그림은 아니다. 최근 트럼프 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로이터통신 보도도 나왔다.

물론 트럼프의 최우선 목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고, 김정은도 “미국과 협상으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봤다”며 기싸움 중이다. 하지만 러시아에 병력까지 파병하며 개입한 북한 변수를 제쳐놓고 전쟁이 완전한 해결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북·미 대화의 시계가 예상보다 빨리 움직일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면서 ‘패싱’ 우려를 일축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긴밀한 대북 공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동맹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식 거래 외교가 북·미관계에서 펼쳐질 경우, 남북 채널은 끊기고 중·러에 대한 외교적 레버리지도 상실한 한국의 자리나 발언권은 얼마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

경향신문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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