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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자도 못 갚는데 장사 뭐하러 하나”…대기업마저 내년 투자계획 포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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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00대 기업 중 30곳
영업이익으로 이자 감당 못해

LG화학·SK케미칼·호텔신라
업황 침체되며 고금리에 신음

“경기 어둡고 美보호주의 우려”
500대 기업중 70% 투자 보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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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이중고에 기업들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회사 상당수도 영업이익이 회사채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면서 내년도 경영 계획을 세우기 힘든 상황이다.

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경기 침체와 과잉 생산에 직격탄을 맞은 국내 화학·철강업을 비롯해 내수 관련 업종의 이익이 급감하면서 올해 코스피 시총 상위 200개사 중 30개 회사(15%)가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3분기 누적 기준)로 드러났다. 코스닥은 시총 상위 150개 회사 중 45개(30%)가 이자보상배율 1배 이하였다. 모두 작년보다 숫자가 늘어났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1배 이하라는 의미는 영업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이자를 다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로 유지되면 자본금에서 계속 이자비용이 나가기 때문에 자본금이 줄어들고 재무 상태가 악화된다.

작년에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상이었다가 올해 1배 이하로 떨어진 기업은 SK, 코스모화학, 현대제철, 포스코퓨처엠, 호텔신라,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이다.

포스코퓨처엠, LG화학, SK이노베이션은 모두 전기차 캐즘의 영향 아래 중국 배터리 업계의 공습마저 한층 더 심해졌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이미 5월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수요 약세와 공급 증가로 마진 압박에 시달리는 석유화학 업체들 역시 이자보상배율이 크게 낮아졌다.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SK케미칼의 이자보상배율은 작년 3.26배에서 올해는 -0.56배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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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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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이마트 등은 작년에 이어 여전히 이자보상배율 1배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내수 경기가 활기를 잃은 가운데 온라인 배송 업체들의 시장 잠식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한화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중국 업체와의 경쟁 때문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내수 위주 산업이라고 해서 빚 부담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고금리에 건설업, 유통업 등이 위축되면서 후방산업까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시멘트 업계처럼 차입금 비율이 대체로 낮은 산업마저 일감이 줄어드니 결국 영업이익에 비해 이자비용 비율은 커지는 구조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를 팔려면 시행사들이 신규 건설 사업을 시행하고 건설사들이 착공을 해야 하는데, 금리 부담이 큰 상황에서 시행사들이 신규 발주할 유인이 없으니 시멘트도 팔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높은 예대마진으로 금융권이 수익을 거두고 있는데, 금융이 경제 각 주체에 자금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금융권이 나서 산업계에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아직 내년도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않았거나 투자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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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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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2곳 중 68%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거나 투자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대기업 대다수가 경영 판단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계획을 보류하는 기업 비중은 작년과 비교해 더 커졌다. ‘계획 미정’(56.6%)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지난해 조사 때보다 6.9%포인트 늘었다. ‘계획 없음’(11.4%)이라고 답변한 비중도 지난해(5.3%) 대비 6.1%포인트 늘어났다.

투자 규모를 줄일 계획이거나 투자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가장 큰 이유로 ‘2025년 국내외 부정적 경제전망’(33.3%)을 꼽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에 따른 공급 불안 등 경제 하방 리스크를 의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 투자가 위기 극복의 열쇠가 돼왔는데, 최근 기업들은 투자 확대의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수 있도록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가중시키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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