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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헌신적 삶'…유기견 구조비행 중 추락 사망한 한국계 美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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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조종사 자격증 취득 뒤 구조 활동…허리케인 '헬렌' 재난 때 봉사도

연합뉴스

유기견 구조 비행하다 추락 사망한 故 석 김씨
[쇼하리 밸리 동물보호소 제공.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그가 비행을 하며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했는지를 생각하면 놀랍습니다."

미국에서 유기견 구조를 위한 비행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한국계 조종사 석 김씨의 사연이 1일(현지시간) AP 통신의 보도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부터 파일럿이 되는 것이 꿈이던 김씨는 4년 전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동물 구조단체 '파일럿 앤 퍼스'(Pilots n Paws)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이 단체는 재난지역에 있는 유기견과 유기묘를 동물 보호소로 이송하는 일을 한다.

지난 달 24일에도 김씨는 여느 때와 같이 구조 활동을 위해 이륙했다. 이날의 여정은 강아지 리사를 비롯한 세 마리의 유기견을 태우고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뉴욕주 올버니로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캐츠킬 산맥 상공을 지날 무렵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고, 비행기는 그대로 추락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이 사고로 김씨는 향년 49세로 사망했다. 함께 타고 있던 리사도 숨을 거뒀다. 나머지 강아지 두 마리는 살아남았다.

김씨와 함께 일한 페니 에드워즈는 그가 "놀라운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에드워즈는 그가 올해 허리케인 헬렌으로 피해를 본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일에도 참여했다며 "동물 구출뿐 아니라 그는 지역 사회를 위해서도 정말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불의의 사고 뒤 김씨의 가족은 김씨를 기리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강아지 리사를 화장하고 남은 재를 묻어주는 것이었다. 리사의 유해가 김씨 가족의 집으로 이송되는 과정이 김씨를 위한 '추모 비행'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씨의 딸 레아(16)는 "아버지는 목숨을 걸고 비행에 나설 만큼 리사에 대해 각별했다"며 "우리는 리사를 계속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사의 유골은 자신들의 반려견 푸들의 유골이 묻힌 뒷마당에 같이 묻어주려 한다며 "아버지가 시작한 일을 계속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리사가 가까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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