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요양 관련 이미지.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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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경기도 파주시의 한 치매 요양원에 입소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80대 노인이 사망했다. 다른 입소자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다 결국 급성 뇌출혈로 숨졌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같은 해 8월, 은평구청은 이 요양원을 운영하는 복지원에 줬던 장기요양기관 지정을 취소했다.
복지원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곧바로 구청을 상대로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폭행방지를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르면 폭행이나 방임·학대가 벌어진 장기요양기관에 대해 지정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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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교육 했으니 봐 줘야” 주장했지만…法 “실효성 없어”
해당 요양원에서는 정기적으로 예방교육을 실시해왔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홈페이지에 공개된 교육 사진. |
해당 요양원은 종사자들에게 노인 인권 및 노인학대예방 교육 등을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법이 지정 취소의 예외로 규정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로까지 법원에서 인정받진 못했다. 사건을 심리해 온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송각엽)는 9월 “교육 등 조치는 ‘실효성 있는 조치’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요양원에서는 그간 어떤 폭행이 얼마나 벌어지고 있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요양원 측은 사건 하루 전 한 차례 폭행만 인지했지만, 노인보호기관 조사 결과 고인은 두 명의 입소자로부터 7차례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찰서에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본 결과 요양보호사까지 고인을 때린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도 이에 “망인은 보호자 면회 때 왼쪽 눈 등이 멍들어 있었고 병원에서 타박상 진단을 받은 상황에서 재차 폭행당했는데 요양원에서는 이러한 폭행 경과를 제대로 인지하거나 예방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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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1차 위반은 6개월 정지…지정 취소는 너무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전경.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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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재판부는 요양기관 취소를 지정한 은평구청의 조치는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요양원에선 폭행을 인지한 이후 복지팀장을 집중 관찰 인력으로 지정한 것 등으로 미루어 기본적 보호 및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까진 없었다고 봤다. 판결문엔 무엇이 치매 노인들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담겼다. 재판부는 “폭행을 자행한 요양보호사는 사직했고 요양원의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지경은 아니다”라면서 “정원 112명 현원 80명인 이 요양원의 지정을 취소하면 입소자들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야 하는데 이는 불합리하다”고 썼다.
다만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구청이 항소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재차 판단을 받게 된다. 은평구청은 해당 요양원에서 폭행 외에 방임행위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장기요양기관 지정 취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구청 입장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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