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표 회담을 마친 뒤 함께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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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27일 당 최고위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를 “양두구육(羊頭狗肉) 정권”이라고 칭했다. 이 대표는 “이 정권이 소속된 당은 자기가 말해놓고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아무 의미 없이 한 말이라 의미를 안 두는 건지, 스스로 한 말을 뒤집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정부의 ‘쌀값 20만원(80㎏ 기준) 보장’ 공약, 상법 개정 약속 등을 거론하며 “집단 강박증에 걸린 건지 기억상실증에 걸린 건지”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회의에서도 “정부·여당의 말 바꾸기 사례를 취합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26일에는 한 대표를 향해 “(순직해병) 특검을 하겠다고 제3자 특검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말이 없고, 상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거 같은데 태도가 바뀌었다”고 했다. 28일 한국거래소 간담회에서는 상법 개정에 대해 “그쪽(정부·여당)으로 키를 넘기면 안 할 거다. 원래 정부·여당 특징이 그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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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일각에선 “여권이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여러 차례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28일에는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 보호 원칙을 두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한 대표도 당 대표 취임 전 순직해병 특검법에 대해 “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 발의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 당 대표가 되면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특검법 발의가 이뤄지진 않았다.
그러나 이 대표의 ‘작심 저격’에 대한 민주당 내 반응은 미지근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 당내에선 ‘이 대표 본인도 말을 수시로 바꾸지 않았느냐’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말을 바꾼 대표적 사례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엔 금투세 유예에 대해 “미뤄야 할 합리적 근거를 만들지 못하면 정책 일관성이 없는 것” 등 부정적이었지만, 지난 7월 전당대회 기간엔 “시행 시기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불쑥 유예론을 꺼냈다.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9월 한 대표와 당 대표 회담에선 “금투세를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서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면 좋겠다”며 ‘보완 시행’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주식 투자자 반발이 거세자 지난 5일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다”고 다시 입장을 바꿨다.
선거법 개정 문제를 놓고도 여러 차례 입장이 바뀌었다. 이 대표는 21대 대선 출마 당시 “선거제 개혁으로 제3의 선택을 통한 선의의 정책 경쟁이 가능하게 하겠다”며 비례대표 확대 및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했다. 그러나 22대 총선을 4달 앞둔 지난해 11월, 당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 총선에서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나.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로 입장을 바꿨다. 이에 친명계에서도 '현실론'을 내세워 병립형 회귀를 지지했으나, 지난 1월 이 대표는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되 위성정당을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9월 21일 오전 민주당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이날 오후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다. 이 대표는 전날(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부결을 요청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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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선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려 말을 바꾼다”라고도 지적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의원의)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선 “명백히 불법 부당한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 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부결을 호소했다.
이 대표 측근들은 이런 행보를 “민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이재명식 실용주의”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한 민주당 의원은 “논쟁적 정책에 대한 이 대표의 생각을 미리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여론에 따라 쉽게 말 바꾸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해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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