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정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힘께 서서 찍은 사진을 찍었다. 사진 정용진 회장 인스타그램 |
요즈음 대통령실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연줄 대기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한국의 대미 통상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트럼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맥 찾기가 핵심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기존 정통 외교 라인 외에도 트럼프가 호감을 가질 만한 인사를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골프광으로 통하는 트럼프 맞춤형 미국 방문단을 꾸리는 방안이다. 틈날 때마다 골프를 즐기는 트럼프는 실력이 출중한 한국 골프 선수들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며 ‘퍼펙트 톰 킴’이란 별명을 가진 김주형(미국명 톰 킴) 선수는 트럼프가 가장 좋아할 선수로 꼽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트럼프와 김주형 선수는 이미 라운딩을 한 사이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선수와 리디아 고(2024년 파리) 선수 역시 트럼프가 응원하는 골프 스타다. ‘골프 여제’ 박인비는 2015년 트럼프 소유 골프장인 스코틀랜드 트럼프 턴베리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해 아시아인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트럼프는 자가용 헬기를 타고 경기를 보러 오는 열의를 보였다.
뉴질랜드 국적의 교포인 리디아 고는 박인비가 우승하던 2015년 브리티시 오픈 때 트럼프와 만난 인연이 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파리올림픽에서 리디아 고가 금메달을 따자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리디아 고의 올림픽 골프 금메달 획득을 축하한다”고 적은 뒤 “나는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골프를 칠 때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가장 인상적”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장하다, 리디아!(Way to go Lydia!)라고 덧붙였다.
실제 트럼프는 한국 골프 스타를 만나 반가움을 표시한 전례도 있다. 2019년 6월 방한 당시 청와대 환영 만찬 전에 열린 칵테일 리셉션에서 ‘골프 여제’ 박세리 선수를 만나자 “언제 골프 한번 같이 치자”며 라운딩 제안을 하기도 했다.
지난 8월 4일(현지시간) 2024 파리올림픽 골프 국가대표 김주형이 프랑스 생캉탱앙이블린 골프 나시오날에서 열린 경기에서 벙커샷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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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뿐 아니라 종교계 인사도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개신교계 원로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는 트럼프 핵심 참모였던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와 인연이 깊다. 김 목사는 2016년 첫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와 유력 대권 주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연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는 차기 행정부의 핵심 실세로 꼽히는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인연이 있다. 지난 8월 방한한 트럼프 주니어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아 간증했다. 당시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7월 트럼프가 선거운동 도중 총격을 받을 일을 거론하며 “아버지가 암살 시도를 당했던 그때, 저는 하나님의 손이 아버지를 만지셨다고 믿는다”며 “아버지가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교회 방문은 트럼프 일가와 오랜 기간 가족 예배를 진행한 폴라 화이트 목사와 이영훈 목사의 오랜 교분이 작용했다고 한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과 트럼프와의 회동 성사를 위해 종교계 인맥이 이미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이달 중순 윤 대통령의 남미 순방을 계기로 트럼프와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트럼프 측이 취임 전까지 해외 정상과 회동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정하며 회동은 무산됐다.
지난 8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을 찾아 간증하는 모습. 사진 여의도 순복음 교회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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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니어와 기업인과의 인맥도 여권에선 눈여겨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두 사람은 3~4년 전부터 교분을 쌓았고, 지난해 미국에선 트럼프 주니어가 약혼녀를 정 회장에게 소개하고 함께 식사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 주니어가 올해 4월과 8월 한국을 찾았을 때도 두 사람은 당연히 만남을 가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언제 트럼프와 회동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방미 때 누가 동행할지 역시 알 수 없다”면서도 “트럼프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인사라면 당연히 동행을 검토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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