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엔진 3사 3분기 평균 가동률/그래픽=이지혜 |
조선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선박의 '심장'인 엔진 제조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린다. 해운 업계의 저탄소 규제로 이중연료 엔진 등 고부가 제품 매출 비중이 늘면서 수익성도 개선세를 보인다.
29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의 3분기 가동률은 146.3%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동률 124.6%에 비해 21.7%p 상승한 수치다. 지난 7월 출범한 HD현대마린엔진의 3분기 선박용 엔진 공장 평균 가동률은 3분기 기준 57.7%로 전년 동기 대비 30%p 올랐다. 3분기 한화엔진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98.5%로 100%에 근접했다.
전방 산업인 조선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선박 엔진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쏟아지던 2022년부터 올해까지 국내외 조선사가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선박 엔진 업체들의 일감도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89.64로 역대 최고치인 191.6(2008년 9월)에 근접한 상황이다.
국내외에서 국산 선박 엔진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도 업황 개선의 배경으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마린엔진, 한화엔진은 전 세계 선박 엔진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엔진에 대한 신뢰도를 이미 갖고 있는 선주들이 선체는 다른 나라 조선사에 맡기더라도 엔진은 국산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실제 HD현대마린엔진은 지난 11일 중국 조선사인 난통시앙유조선의 최대주주인 시아멘시앙유와 약 850억원 규모의 선박 엔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조선업이 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엔진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중연료(DF) 엔진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768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989억원으로 늘었다. 해당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11.1%에서 12.2%로 올랐다. 같은 기간 HD현대마린엔진은 29.4% 증가한 88억원, 한화엔진은 10배 이상 늘어난 153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달성했다.
앞으로도 친환경 선박 엔진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선박 엔진 업계는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고압 직분사 방식의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한화엔진은 한화오션·삼성중공업과 함께 암모니아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은 LNG(액화천연가스) 이중연료엔진과 LPG(액화석유가스) 이중연료엔진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당분간 업황도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당초 내년에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화석 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을 예고해 '브리지 연료'인 LNG 수요가 늘 수 있어서다. 현재 미국에서 2027~2028년 허가 승인이 필요한 LNG 프로젝트는 6800만톤 규모로 추산된다. 조선 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LNG 프로젝트 개발을 재개할 경우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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