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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상법개정안, 높아지는 개정 목소리 vs 한발 물러서는 이복현 금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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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뉴스

대한민국 국회 [사진=필드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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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뉴스 = 김대성 기자] 국회에서 논의중인 상법개정안에 대한 각계의 논란이 뜨겁다.

국회에서는 야당인 민주당이 상법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여당은 상법개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야간 상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명확하게 엇갈린 가운데 증권가, 학계, 법조계 인사들의 상법 개정 완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그동안 상법개정안의 필요성을 주장해오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발 물러나는 듯한 자세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8일 국내외 기관투자자, 학계, 법조계 인사들과 함께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완수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한국의 자본시장이 활력을 잃고 경제가 신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가장 큰 이유가 주식회사의 기본 메커니즘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완수를 촉구하는 범 투자자 및 시민사회 일동' 명의로 발표한 긴급 성명에는 총 109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가운데 법조인과 경영학·법학 교수,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피델리티, 웰링턴, 슈로더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 관계자들과 네덜란드 등 연기금을 운용하는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사의 전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보호의무는 주식회사 제도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지극히 당연한 첫 번째 원칙이지만 한국에서는 교과서에서만 존재해 왔고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난 21일 삼성, SK를 비롯한 16개 그룹 사장단이 상법 개정에 반대하며 국회에 규제보다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달라고 한 데 대해 "상법에 회사의 주인인 전체 주주 권익 보호를 넣는 것이 어떻게 기업의 규제인가"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재계 일각과 금융당국에서 상법 개정 대신 제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주주보호' 주장에 대해선 "개악이자 퇴행"이라고 반발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상법 개정으로 이사가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지게 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해소되고 수많은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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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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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은 그동안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해왔으나 이날 상법 개정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 주목되고 있다.

이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보호 원칙을 두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 논의는 상장법인의 합병, 물적 분할 등을 발단으로 시작했는데 자본시장과 관련성이 상당히 낮은 기업 모두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주주 보호 원칙을 자본시장법에 규정하고 구체적으로 합병·분할 등에 사안이 있을 때 적정 가치 평가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고 물적 분할 시에는 상장 차익을 모회사의 주주들이 공유받을 수 있는 장치를 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금감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예전 입장에서 후퇴한 것으로 이 원장은 그간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피력해 왔다.

이 원장은 입장 변화에 대해 "제 개인적인 생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증상에 맞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경제상황이 엄중한데 지나치게 소모적인 방식보다는 다수의 이해 관계자가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상법을 개정하면 상장·비상장과 관계 없이 모든 법인의 모든 거래에 적용돼 경영이 위축되고 이사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상법 개정을 둘러싸고 각계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HL그룹의 사업지주회사 HL홀딩스가 자기주식 47만193주를 재단법인에 무상 출연키로 이사회 결의를 거쳤으나 보름후 일반주주들의 반발로 이를 철회한 해프닝이 발생해 상법 개정과 관련한 이사의 책임 문제에 대한 사례가 될 수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HL홀딩스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47만193주를 사회적 책무 실행을 위한 재단법인에의 무상 출연키로 결의했으나 주주들의 반발로 철회했다. 무상출연키로 한 자사주는 주당 3만4750원 기준으로 163억3921만원에 이른다.

HL홀딩스 일반주주들이 이사회의 재단법인에 대한 자사주 무상출연 결의에 반대한 데는 회삿돈으로 사들인 자기주식을 무상으로 재단에 증여하게 되면 주주이익이 침해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법상 이사의 책임은 '회사'에 제한되어 있으나 이사의 책임이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면 HL홀딩스 이사회가 자사주 무상출연과 같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의 권익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회에 논의중인 상법개정안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한발 물러서 정부와 여권 내에서 상법 개정안에 동의하는 고위급 인사가 없어지게 된 형국으로 상법개정안이 정부와 여당의 협력을 얻어 입법화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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