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달 3년2개월 만에 금리 인하로 경로를 튼 데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0월~2009년 2월까지 6회 연속) 이후 처음이다. 한국과 미국(연 4.5~4.75%) 간 금리 격차는 다시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달 통화정책의 난도는 높았다. 한국은행은 1400원대 고환율(원화 약세) 압박에 금융안정(동결)을 결정할지, 아니면 경제 동력인 수출 둔화와 얼어붙는 내수에 ‘경기부양(인하)’을 할지 갈림길에 섰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금리 인하 의견을, 나머지는 ‘동결’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뚜렷한 지표가 한은이 두 달 연속 돈을 풀기로 결정한 단초가 됐을 것으로 본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8월 예상치) 2.4%에서 2.2%로 낮췄다. 특히 내년엔 2.1%에서 1.9%로 내렸다. 1.9%는 한은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한국의 저성장 진입을 예고한다. 나아가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경쟁 심화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를 구조적 요인으로 전제하고 수년간 1%대 성장 고착화 우려를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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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성장 더 꺾이기 전에, 공격적 부양책 필요”
1980년 이후 성장률이 2% 미만을 기록한 해는 2차 오일쇼크가 터진 80년(-1.6%), 외환위기인 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년(-0.7%)과 2023년(1.4%) 다섯 번뿐이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로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영옥 기자 |
몸집을 키우는 ‘트럼프 포비아(공포증)’도 국내 경제를 압박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면서 국내 수출 기업은 고관세 폭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미약한 내수 회복세를 메워 온 수출 둔화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물가 안정’ 측면에선 금리 인하 여건은 마련됐다. 9월(1.9%)부터 1%대로 내렸고, 10월엔 1.3%로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망치)은 각각 2.3%, 1.9%로 지난 8월 예상치(2.5%, 2.1%)를 하회할 전망이다.
김영옥 기자 |
반면에 금리 인하 결정으로 ‘1400원대 고환율(원화 약세)’ 부담은 커졌다. ‘트럼프 트레이드’에 미국 달러가 질주할 때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어서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고환율 우려보다 ‘1%대 저성장’ 탈출이 더 시급한 과제라며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가 하락하고, 성장률이 떨어진 상황에선 금리 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경제 성장세가 더 둔화하기 전에 정부는 보다 공격적인 부양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경제 상황과 물가를 고려해 추가로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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