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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선적 화물선 '이펑 3호'
발트해의 해저 케이블 2곳을 절단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 선적 화물선이 자동식별장치가 꺼진 채로 180㎞ 이상을 닻을 내린 채 항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럽 당국들은 선원들이 러시아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고서 저지른 사보타주(파괴공작)일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27일 스웨덴·독일·덴마크 당국이 중국 선적 화물선 '이펑 3호'의 선원들이 러시아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고 해저 케이블을 고의로 절단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 고위 관리는 "이펑 3호가 닻을 내린 채 항해한다는 것을 선장이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해저에 닻이 끌리면서 배가 항해하면 속력이 크게 느려지므로 선원들이 닻이 내려진 채 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것입니다.
이펑 3호의 선장은 중국, 항해사는 러시아 국적이라고 WSJ는 전했습니다.
WSJ가 입수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산 비료를 싣고 지난 14일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을 출항한 이펑 3호는 현지시간 17일 밤 9시쯤 스웨덴과 리투아니아 사이 수역에서 갑자기 닻을 내린 채 항해했습니다.
이때 첫 해저 케이블이 닻에 걸리면서 절단됐습니다.
계속 닻을 내린 채 항해한 이 배는 다음 날 새벽 3시쯤 독일과 핀란드 사이의 해저 케이블을 또 절단했습니다.
이 때는 닻을 내리고서 약 180㎞를 운항한 시점이었습니다.
두 번째 케이블이 절단된 뒤에야 이펑 3호는 닻을 올렸고 특이하게도 지그재그 방향으로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또한 이펑 3호가 180km나 닻을 내리고 항해하는 동안 선박의 항적을 기록하는 자동식별장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항적분석업체 케이플러는 WSJ에 "(당시 해역의) 양호했던 기상과 높지 않았던 파고 등을 고려했을 때 닻이 우발적으로 내려갔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보통 기상이 좋지 않거나 파도가 높을 경우 닻이 풀려 내려가기도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펑 3호는 출동한 덴마크 해군 함정의 추적을 받고 항로를 차단당한 뒤 카테가트 해협의 덴마크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정박 중입니다.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독일·스웨덴 군함으로 구성된 소규모 함대가 이펑 3호를 일주일째 감시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나토의 군함들은 국제해상법 규정상 이펑 3호를 자국 항구에 강제로 정박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스웨덴과 독일 당국은 자국 조사관들이 이펑 3호에 승선해 선원들을 조사하는 방안을 놓고 중국의 선적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펑 3호의 중국 측 선적사는 국제수역에 정박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조사에 비교적 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도 이날 "해저 케이블 등 국제적 인프라의 안전을 위해 당사국들이 국제법에 의거해 협력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하는 등 중국 정부도 조사 협조 의사를 밝혔습니다.
선원들에 대한 직접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유럽 당국들이 진행한 수중 조사에선 이펑 3호의 닻과 선체에는 해저에 끌리며 케이블을 절단한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이펑 3호의 비정상적인 항로와 운항 일정 등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벤저민 슈미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클라인만에너지정책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이펑 3호가 2019년 12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중국 해역에서만 운항하다가 갑자기 항로 패턴을 바꿨다고 지적했습니다.
슈미트 연구원에 따르면 이펑 3호는 지난 3월 이후 갑자기 러시아 연해주 나홋카항과 러시아 북서단 무르만스크항을 들른 뒤 발틱해로 항해했습니다.
슈미트 연구원은 "이것만으로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증거로 삼기에 충분치 않지만, 수년간 중국 해역에서만 운항한 뒤 러시아의 항구들로 항로가 바뀐 것을 유럽 당국들이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영아 기자 younga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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