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싸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라는 이유로 수입산 멸균우유를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최근 수입산 멸균우유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폴란드 멸균우유를 주문했는데 유통기한이 겨우 1개월 남은 제품이 왔어요.”“호주산 멸균우유를 개봉했더니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보여요.”수입산 멸균 우유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들이 남긴 후기들이다.
일반적으로 수입산 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은 최대 12개월에 이르지만, 실제로 온라인으로 주문한 제품 중 상당수가 유통기한이 1~3개월 남은 상태로 배송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기자가 10월과 11월에 걸쳐 폴란드산 멸균우유 6종을 주문하여 유통기한을 확인한 결과, 2개월(2종), 3개월(1종), 4개월(1종), 7개월(1종), 8개월(1종)로 다양했지만, 유통기한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제품이 절반을 차지했다. 일부 제품은 생산일자로부터 최대 11개월이 지난 상태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 전망 2024’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유통된 수입산 멸균우유의 원산지는 폴란드가 88.8%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호주(4.1%), 독일(3.9%), 프랑스(2.2%)가 뒤를 이었다. 이들 유럽 국가에서 한국으로 배에 실려 오는 과정에서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개월이 소요되므로, 소비자에게 배송된 유통기한이 1~3개월 남았다는 것은 해당 멸균우유가 생산된 후 5~11개월 동안 유통 단계에 있었음을 나타낸다.
김형미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이 임박하더라도 해당 기간 내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우유 속에서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생기는 '크림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관능적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멸균우유는 12주(3개월)가 지나면 유지방이 분산되면서 크림화 현상이 나타난다.
이 크림화 현상은 건강에 해롭지 않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상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이승호 위원장은 “관능적 품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국산 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을 12주 내외로 짧게 설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국산 멸균우유의 유통기한(3개월)은 수입산의 유통기한(1년)보다 짧을 수밖에 없다.
수입산 멸균우유는 한 달 이상의 해상 운송을 거치면서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점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들이 남긴 후기에 따르면, '포장이 부실하다', '우유가 터진 채로 배송됐다', '우유 외관이 불량하다', '맛이 이상하다' 등의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흔히 냉장 보관되는 우유는 '살균우유'이며, 멸균우유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살균우유는 유해균을 제거한 우유로, 살균 및 균질화 처리만 거친 반면, 멸균우유는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실온에서 자랄 수 있는 모든 균을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유익균(유산균)도 함께 사라지므로, 건강상의 이점을 고려할 때 살균우유가 더 유리하다는 의견이 있다.
수입산 멸균우유는 대부분 살균 처리 방법만 표기하고 있어 소비자가 원유의 품질을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국산 살균우유는 살균 처리 방법과 원유 등급을 모두 기록하므로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이승호 위원장은 "우유는 신선식품으로, 국산 우유는 착유 후 적정 온도로 즉시 냉각되어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신선한 상태로 2~3일 내에 유통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하며, "우리 낙농가가 생산하는 원유는 해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뛰어난 품질을 자부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원유 위생 등급 기준에 따르면, 원유 1ml당 세균 수 1A 등급은 3만 개 미만, 체세포 수 1등급은 20만 개 미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낙농 선진국으로 알려진 덴마크와 같은 수준이며, 특히 독일(1ml당 체세포 수 40만 개 이하, 세균 수 10만 개 이하)과 네덜란드(1ml당 체세포 수 40만 개 이하, 세균 수 10만 개 이하)에 비해 1등급 기준이 더 엄격하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