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위증교사 무죄'에 반사이익도 날아가
당 중진들 '명태균 게이트' 연루…압수수색까지
안철수 "호미로 막을 걸 포크레인으로도 못 막아"
정치권 "피해자 이미지…개인 지지율 확보 유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년연장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격차해소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27.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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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 27일 하루 종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창원지검이 명태균씨 2022년 지방선거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한 기록을 요구하면서다. 현 지도부 체제 관련이 아닌 명씨 관련 의혹을 규명하는 차원의 압수수색이지만, 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명씨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박완수 경남지사·김진태 강원지사 등이 여전히 현직으로 활동 중이고, 기본적으로 검찰이 정당을 압수수색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급작스레 개시된 압수수색에 대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범위, 정치활동의 본질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에 따라 응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일단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계속해서 압수수색 현장을 지킨 김상욱 원내부대표는 "공정하고 합법적인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적극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압수수색은) 특수한 상황이다. 원래 정당에 대해서는 공권력이 함부로 들어오지 않는 게 서로 간 지켜야 할 선"이라고 일부 불편한 기색도 드러냈다.
지난 14일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 돌입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이튿날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1심 선고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며 반색하나 싶던 국민의힘은 최근 다시 혼란에 빠졌다.
'한 대표 가족 당원게시판 글 작성' 의혹을 두고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이 수면 아래로 주고받아 온 '말 폭탄'은 25일 김민전 최고위원이 최고위에서 한 대표를 공개 저격하면서 결국 터졌다. 김 최고가 당에서 한 대표를 비난하는 당원들을 고발 조치 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한 대표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얘기하라, 나 참"이라고 맞받으면서 파장은 커졌다. 이는 비공개 최고위에서 친윤-친한 참석자 간 설전과 고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당일 어지러운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으로 기대했던 이 대표 위증교사 1심 선고가 예상과는 달리 '무죄'로 나오면서, 당이 '반사이익'마저도 거두기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동훈(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부터) 국민의힘 대표와 조경태 격차해소특별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년연장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격차해소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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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이같이 악재가 거듭되는 상황을 민생을 외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날 창원지검의 압수수색 개시 소식을 접한 이후에도 격차해소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정년연장 제도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날(26일)에는 군 복무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홍정기 일병의 모친을 만나 국가배상법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약속하고, 저녁에는 홍익대를 찾아 당 수도권비전특위가 주최하는 ‘심층 면접-국민의힘 뭐하니’ 행사에 참석해 청년·여성 당원들과 당 운영 방향을 논의했다. 반면 당내 여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서는 전날(26일) 내내 "이미 충분히 말씀드린 바 있다"며 더 이상의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거듭된 악재를 완벽히 해소하지 못한 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다 보니 이것이 지지율 반전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21~22일(11월3주차) 이틀간 유권자 25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응답률은 3.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0.3%로 나타났다. 당이 연일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고리로 공격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같은 조사에서 44.9%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뒤지는 수치다.
이에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현 국면을 '기회'로 살리려면 악재를 희석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계파색이 뚜렷지 않은 4선의 안철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한 대표가 가래로 막을 것을 포크레인으로도 못 막는 참 불행한 상황"이라며 "(한 대표가) 잘 아는 사람이 (논란에) 관련돼 있다면 '다시는 그런 일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하고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오히려 당원게시판 논란 등에 소위 '맞고만' 있는 게 일종의 전략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현재 한 대표가 당무감사를 요구하는 친윤계에게 둘러싸인 상황 아니냐"며 "한 대표가 '전당대회부터 본인을 음해하는 세력이 있다'라는 말까지 하는 것을 보면 '피해자 이미지'가 오히려 본인 대권을 위한 '개인 지지율 확보'에는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는 걸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당이 이날 갑작스레 들이닥친 검찰에 별다른 저항 없이 문을 열어준 것도, 명씨 관련 의혹이 한 대표와 친한계와는 별 접점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압수수색을 받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단 판단이 깔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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