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28일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공사 현장에서 백골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여러 유골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연쇄살인범의 소행' '국군 전사자' '일제강점기 생체실험 희생자' 등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사진=유튜브 채널 '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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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28일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공사 현장에서 백골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여러 유골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연쇄살인범의 소행' '국군 전사자' '일제강점기 생체실험 희생자' 등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백골들이 구 경성제국대학 의학부에서 해부 실습 후 유기한 시신이라고 1차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국과수 발표에 따라 내사 종결했지만, 시신의 신원은 현재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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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사자? 연쇄살인 피해자?…커지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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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해는 종로구 연건동 한국국제협력단 건물 철거 현장 내 지하공간에서 발견됐다. 지하공간은 땅속으로 비스듬히 파고든 굴 모양이었는데, 그 안에서 뼛조각만 170개 이상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유튜브 채널 '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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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해는 종로구 연건동 한국국제협력단 건물 철거 현장 내 지하공간에서 발견됐다. 지하공간은 땅속으로 비스듬히 파고든 굴 모양이었는데, 그 안에서 뼛조각만 170개 이상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골 중에는 어린아이가 있었는데 어린아이 두개골 하나에는 예리한 도구로 절단된 흔적이 있었다. 또 유골 발견 장소 인근 지하공간에서는 잉크병과 동물 뼈를 찾을 수 있었다.
대학로 백골에 대해서 국방부와 경찰은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다.
국방부는 백골들이 한국전쟁 당시 전사자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서 해당 사건을 먼저 조사했다. 발견 장소는 한국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후 국방부는 군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놨다. 발견된 유골이 유아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들이 방공호에 숨어 있다 사망했거나 학살당한 뒤 버려진 것일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일부 두개골에서 예리한 도구로 절단된 흔적이 발견됐고 학살의 정황을 뒷받침할 근거가 나오지 않아 또다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 외에도 연쇄살인범의 소행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에는 유영철과 정남규 등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는 범죄자가 사회적 이슈였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백골이 범죄와 연관된 것은 아닐 거라 판단, 단순 변사사건으로 검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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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해부 실습 후 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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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는 경찰로부터 의뢰받은 후 약 4개월에 걸친 정밀 조사 끝에 감식 결과를 발표했다. 유골이 과거 경성제국대학 의학부에서 해부 실습을 한 후 유기한 시신이라는 내용이었다./사진=달리 유튜브 채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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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는 경찰로부터 의뢰받은 후 약 4개월에 걸친 정밀 조사 끝에 감식 결과를 발표했다. 유골이 과거 경성제국대학 의학부에서 해부 실습을 한 후 유기한 시신이라는 내용이었다.
두개골에서 톱으로 잘린 절단 흔적이 나왔는데 해부용 시신이 아니면 이런 특징이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이 국과수의 소견이었다. 또 백골이 묻혀있던 현장은 과거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강의실과 대학병원 사이 공터였기도 하다.
총상이나 골절, 독극물에 의한 사망 등을 시사하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신의 수는 당초 알려졌던 14구보다 더 늘어난 28구였다.
국과수 관계자는 "한국전쟁 중 집단 총살 피해자들이라는 추측이나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생체실험에 이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경찰은 국과수 발표에 따라 사건을 내사 종결했고 시신을 관할 구청에 인계했다.
지난 2021년 방영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혹하는 사이'에서는 28구의 백골들은 모두 화장됐으며 보존 기간이 지나 같은 해 산골(유골 따위를 화장하여 그대로 땅에 묻거나 산이나 강, 바다 따위에 뿌리는 일)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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