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8cm… 11월 대설경보 처음
폭설 출근길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위해 길을 건너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적설량은 한때 18cm로 1907년 근대 기상관측 시작 후 가장 많은 11월 적설량을 기록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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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에 1907년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17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쌓였다. 기상청은 28일까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대 25cm 이상 눈이 더 쌓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서울 적설량의 기준이 되는 종로구 기상관측소에는 18cm의 눈이 쌓였다. 이는 11월 관측 사상 가장 많은 적설량이다. 과거 기록은 1966년 11월 20일 9.5cm였다. 관악구에는 한때 27.5cm의 눈이 쌓였고 성북구와 강북구에도 20cm 넘게 눈이 쌓였다. 경기 용인시(30.7cm)와 군포시(27.9cm) 등 경기 남부지역과 강원 평창군(25.2cm) 등에도 많은 눈이 왔다.
서울 전역에는 눈이 20cm 이상 쌓일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되는 대설경보가 내려졌다. 11월 서울에 대설경보가 발령된 건 처음이다.
원주서 차량 53대 추돌 11명 부상… ‘블랙 아이스’ 원인 추정 전국 곳곳에 폭설이 내린 27일 오후 5시 50분경 강원 원주시 호저면 만종리 국도에서 차량 53대가 잇달아 추돌해 1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도로 결빙 현상인 ‘블랙 아이스’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추돌한 차량이 너무 많아 사고 처리가 늦어지면서 이 일대는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사진 출처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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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는 사고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6시 40분경 강원 홍천군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석터널 입구에선 차량 5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경기 양평군 옥천면에서도 80대 남성이 차고지 위 눈을 치우다 차고지가 무너지며 추락해 숨졌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 단계로 높였다.
3배 무거운 눈폭탄… 뜨거워진 바다, 북쪽 찬공기 만나 생겨
[117년만에 11월 폭설] 11월에 첫 대설경보
서해 해수면 평년보다 2도 높아… 수증기 늘어나며 눈구름대 발달
수분함량 높은 ‘습설’
100m²에 20cm 쌓이면 무게 2.4t… 적설량 적어도 비닐하우스 무너져
관악 27cm-양천 3cm ‘국지성’
고도 따라 온도 달라져 적설량 차이
눈길에 전복된 트럭 27일 오전 경기 하남시 상산곡동의 한 도로에서 25t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져 쓰러져 있다. 트럭은 하천 쪽으로 떨어졌지만 운전자는 자력으로 대피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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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에는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후 11월 기준 117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특히 산이 많은 관악구에는 눈 폭탄이 내리며 한때 27.5cm까지 눈이 쌓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서 수증기를 머금은 눈구름대가 발달해 갑작스러운 폭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올겨울 이 같은 국지성 폭설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 서울, 사상 첫 11월 대설경보
기상청은 이날 시간당 많게는 5cm 이상의 많은 눈이 내리자 서울과 경기 남부 일부 지역에 대설경보를 발령하고 경기 북부 및 강원 지역 등에 대설주의보를 내렸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 내려 쌓인 눈의 양이 5cm 이상 예상될 때, 대설경보는 20cm 이상 예상될 때 발령된다. 서울 외에도 인천(15.2cm)과 경기 수원시(27.3cm) 등에서 11월 적설량 기록이 경신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울에 대설경보가 내린 것은 2010년 1월 이후 14년 만이며 11월에 대설경보가 내린 것은 공식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1999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강원 평창군에 25.2cm, 전북 무주군에 20.5cm의 눈이 쌓이는 등 영남과 제주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적설량 10cm 이상의 많은 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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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겨울이 되기 전 이례적으로 눈 폭탄이 쏟아진 주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평년보다 올라간 해수면 온도를 꼽는다. 올해는 기후변화로 역사상 지구가 가장 뜨거웠는데 그 영향으로 서해는 현재 해수면 온도가 14∼16도로 평년보다 2도가량 높은 상태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최근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비정상적으로 더운 서해 해수면을 만나며 많은 양의 수증기가 발생해 공기 중에 유입됐다”며 “이렇게 발달한 눈구름대가 육지로 이동해 폭설을 내리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서해 해수면 온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올겨울 이 같은 폭설이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 때문에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편서풍의 흐름이 끊기면서 기압골이 발생한 것도 이번 폭설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압골이 서해상에 있던 눈구름대를 수도권으로 끌고 들어오며 대기 불안정성이 커져 서울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고 말했다.
● 국지성 폭설로 서울 내에서도 적설량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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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에서 눈구름대가 발생한 탓에 이번 폭설은 수분 함량이 높은 습설(무거운 눈)로 내렸다. 습설은 수분 함량이 적은 건설(가벼운 눈)보다 3배가량 무거워 적설량이 많지 않아도 비닐하우스 등을 붕괴시킬 수 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습설은 가로 10m, 세로 10m 정도에 20cm만 쌓여도 무게가 2.4t 정도 된다”며 “가로수가 꺾이거나, 비닐하우스가 무너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서울 내에서 적설량 차이가 컸다는 것도 이번 눈의 특징 중 하나다. 27일 오전 8시 기준으로 강북구에는 눈이 20cm 쌓였지만 양천구에는 3.5cm밖에 쌓이지 않았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기온이 비슷해도 고도가 50∼100m만 차이가 나면 미세한 온도 차이가 발생하며 눈이 쌓이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5시 기준 눈이 가장 많이 쌓인 곳은 관악산이 있는 관악구로 27.5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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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눈은 28일까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대 25cm 이상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지역에 따라 29일까지 눈이 이어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8일까지 예상 추가 적설량은 서울 등 수도권 최대 25cm 이상, 강원 최대 20cm 이상, 충청권 최대 15cm 이상 등이다. 특히 기온이 떨어지는 27일 밤부터 28일 새벽까지 강하고 많은 양의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기온도 큰 폭으로 떨어진다. 기상청은 “28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5도, 29일은 영하 8도까지 내려간다”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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