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작곡가 재치있게 설명하거나
유명 뮤지컬 풍자적 패러디로 눈길
장벽 낮춰 공연 흥행 이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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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클래식 개그 유튜버’로 인기를 모은 ‘탱로그’(위쪽 사진)와 ‘킹키부츠’ 주인공 롤라 패러디 영상 등 뮤지컬 패러디 콘텐츠로 화제몰이 중인 유튜브 채널 ‘빵송국’.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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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를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어요? 네? 조성음악의 틀을 깨고 현대음악으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사람인데?”
한껏 격앙된 목소리와 곧장 누구라도 물어버릴 듯한 앞니, 피아노 연주까지 곁들이면서 ‘드뷔시 가스라이팅’을 하는 음악교육과 박사과정 유학생의 영상이다. 클래식 개그 유튜버로 불리는 ‘탱로그’는 4분 48초짜리 ‘드뷔시 가스라이팅’ 콘텐츠에서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의 매력을 역설해 조회수 60만 회를 올렸다. 영상에는 클래식 애호가부터 ‘머글’(팬이 아닌 일반인)에 이르는 이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이처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뮤지컬, 클래식 음악을 유머러스하게 다룬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대중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추세다. 뮤지컬은 강렬한 서사와 특색 있는 캐릭터를 앞세운다. 코미디언 이창호와 곽범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빵송국’은 뮤지컬 패러디 시리즈인 ‘뮤지컬 스타’에서 ‘킹키부츠’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의 넘버를 모창하면서 SNS를 도배 중이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6’은 뮤지컬 ‘시카고’의 하이라이트인 복화술 장면을 오늘날 어휘력 부족 세태로 패러디하면서 화제가 됐다.
클래식 장르에서는 작곡가·지휘자별 특징과 연주자들의 애환을 풍자적으로 담아낸 콘텐츠가 인기다. 어릴 적 수업 시간에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음악, 한 번쯤 배워본 악기를 통해 남녀노소의 공감을 얻는다. 인스타그램에서 계정 ‘클뮤밈’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들의 애환, ‘무대 조명은 생각보다 뜨겁다’ 등 위트 있는 밈을 제작해 이목을 모으는 중이다.
가볍고 재미있게 내용을 다루면서 실제 유명 연주자나 뮤지컬 제작사 등 ‘정품’보다 더 큰 사랑을 받기도 한다. 구독자가 56만7000명에 달하는 ‘빵송국’의 경우 뮤지컬 ‘킹키부츠’를 만든 CJ ENM(8만2000명)이나 ‘시카고’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2만8000명)보다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탱로그’의 구독자 수는 9만3000명 이상으로,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피아니스트 손열음(9만 명), 신창용(1만4000명) 등보다도 많다.
콘텐츠가 SNS에서 확대 재생산되며 공연 흥행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앞서 뮤지컬 ‘시카고’와 ‘킹키부츠’는 SNS 밈이 이슈가 되면서 올해 티켓 판매에도 득을 봤다. ‘시카고’의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24년 전 국내 초연된 스테디셀러라 올해 매진 행렬은 해외 오리지널 제작사가 놀랄 만큼 이례적”이라며 “패러디 콘텐츠는 평소 극장을 찾지 않는 소비자가 공연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극장이 다소 낯설고 엄숙하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데, 유머러스한 콘텐츠가 그 틀을 깨고 있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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