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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합병·분할 제도 개선부터" vs "상법 개정이 근본 해결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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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에 금감원장까지 상법 개정 주장하다
재계 반발에 결국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선회
"건건이 개정하는 식으론 '땜질'에 그쳐" 비판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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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대신 그동안 문제로 지적받은 합병, 물적분할 제도를 개선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주주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면 개인 주주가 피해를 보는 결정까지 하는 현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해선 상법 개정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27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상법 개정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상법 개정에 무게를 뒀지만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올 1월 한국거래소를 찾아 "소액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상법 개정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6월과 8월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와 주주의 이익 보호'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불을 붙였다. 현행 상법은 '회사'만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사회가 일반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거나 위배되는 결정을 해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원장은 특히 한국 주식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에도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가 강력 반발했다. 앞서 21일 한국경제인협회와 삼성, SK, 현대차, LG 등을 비롯한 16개 그룹 사장단은 이례적으로 공동 성명을 내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 많은 기업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24일 상법 개정에 대해 말을 아꼈던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은 부작용이 많아 신중해야 한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로서는 '지배구조' 관련해 말이 많았던 케이스들이 합병, 분할 등에서의 문제 제기였단 점에서 착안해,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는 상법 개정이란 큰 틀에서의 제도 개선보다는 최근 논란이 된 문제에 대한 핀셋 규제로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를 두고 상법 개정을 주장해 왔던 측에선 "턱없이 부족한 조치"라고 지적한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본시장법을 건건이 개정하는 식으론 최근 문제가 된 고려아연 사태처럼 회삿돈으로 최대 주주의 경영권을 확대하는 등의 다양한 문제를 일일이 막을 수 없다"며 "상법 개정 충실 의무 도입을 통해 훨씬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 주장하는 소송 남발이나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역시 법안 저지를 위해 과도하게 불안을 조장하는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핵심인데,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이사회에 독립이사가 1명 들어가는 것"이라며 "이것을 가지고 해외 투기자본이 마음대로 휘젓고 다닌다는 것은 공상과학에서나 나올 얘기"라고 일축했다.

재계에선 상법 개정만 막을 수 있다면 자본시장법 개정은 수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경영권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상법 개정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부담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논란이 된 두산그룹이나 LG, 카카오 물적분할의 경우 재계 내부에서도 문제로 본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은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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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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