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한국고등교육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50년 전에 내가 꿈꿨던 이상으로 재단을 성장시켜준 최태원 이사장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6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한국고등교육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식. 1998년 별세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버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대형 스크린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던 최 선대회장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었다. 현장에는 최태원 회장과 최 회장의 장녀·장남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최인근 SK E&S 패스키 매니저도 함께 있었다.
영상 속 최 선대회장은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마음에 씨앗을 심어라'라고 했는데 큰 나무로 성장하는 꿈을 가지라는 뜻도 있었지만 조급해 하지 말고 공부에만 전념하라는 뜻이었다"며 "우리는 자네가 심은 씨앗이 나무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또 "가능성을 따져볼 시간에 남들보다 먼저 도전을 시작하고 가끔 흔들려도 절대 꺾이지 않는 굳건한 나무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 선대회장은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 百年樹人,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인재를 키운다 )'라는 신념 하에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아들 최태원 회장이 1998년부터 제2대 재단 이사장으로 활약 중이다.
최 회장은 AI로 재구성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었다. 그는 기념식 후 기자들이 '눈물이 나셨나'라고 질문하자 "처음에는 좀 그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보다보니 아버지께서 하실 수 없는 말씀을 하시더라"고 웃어보였다. 자녀들과 동석한 점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뭘했고, 할아버지가 뭘 했는지 보고 배워야 한다"며 "다 참석하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한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26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한국고등교육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등장했다.2024.11.26/뉴스1 ⓒ News1 최동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 회장은 만찬 자리에서도 마이크를 잡고 "선대회장님 영상을 잘 봤다"며 "절대로 선대 이사장님이 하실리가 없었던 얘기 중에 하나가 '최태원 이사장 수고했네'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좌중에도 웃음이 터졌다. 최 회장은 "절대로 그분이 그렇게 얘기를 했을 리가 없다"며 "이것밖에 못하냐, 좀 더 잘해라 하는 야단을 치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SK그룹 차원에서 AI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있는 최 회장은 "저도 언젠가는 저 AI로 등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AI를 좀 잘만들어서, AI 지식과 관련된 얘기를 좀 잘 해야 더 생생한 목소리가 잘 나오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나도 이제 AI로 나와서 '좀 더 잘해라, 좀 더 잘하자' 이 얘기를 계속해서 할 것 같다"고 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한국의 인재들을 세계 수준의 학자로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지속해왔다. 재단은 장학생들에게 의무조항이나 SK 입사 등 조건을 부여하지 않았으며, 이들이 세계 유수의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5년간의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세계 유수 대학의 박사 1000여명과 5000여 명의 장학생을 배출하는 성과를 냈다. 재단 1호 유학 장학생인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현 태재대 총장),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 한국인 최초 미국 하버드대 종신교수인 박홍근 하버드대 화학 및 물리학과 석좌교수, 미국 예일대 첫 아시아인 학장인 천명우 심리학과 교수 등이 재단 장학생 출신이다.
이날 기념식에서 재단은 △'나무를 가꾸듯 사람을 키우고 인재의 숲으로 인류 공영에 기여한다'는 재단의 새 미션과 △'시대를 이끄는 KFAS형(Knowledge-driven, Forward-thinking, Action-oriented, Socially-conscious)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포용적 지식 공동체를 구축한다'는 새로운 비전을 공개했다.
최 회장은 "우물을 처음으로 판 사람이 있었기에 오늘날 물을 마실 수 있으며, 언젠가는 여러분도 우물을 새롭게 파는 것과 근원에 대해 생각하면서 받은 혜택을 환원하는 사람이 되어 달라"며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론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인재가 되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