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선 주가 하락의 원인을 찾기에 분주했다. 경쟁사의 특허소송으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등 대규모 자금조달, 주력 파이프라인의 기술수출 로열티가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는 평가 등이 주가 하락을 촉발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어떤 요소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는지는 확정할 순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요인이 회사의 '신뢰'와 연관이 돼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예전 주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바꿔주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알테오젠은 지난 2월 전세계에서 40조원 어치 팔리는 MSD의 항암제 키트루다의 제형을 SC형태로 바꾸는 독점계약을 맺었다. 2026년 키트루다SC가 미국에서 출시된 이후 로열티는 4~5%로 추정됐고 연간 1조원 이상의 이익이 생길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8만원대였던 주가는 40만원대로 최고점을 찍은 지난 11일까지 9개월만에 5배 이상 올랐다.
장밋빛 전망에 재를 뿌린 건 경쟁사와의 특허소송과 관련된 소식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알테오젠의 기술이 미국 할로자임테라퓨틱스의 특허 기술을 침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만일 알테오젠이 특허소송에 휘말리고, 최악의 결과를 맞을 경우 이 회사의 가치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
회사측이 주주서한을 통해 "심도 깊은 특허 분석 및 복수의 특허 전문 로펌을 고용해 오롯이 특허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해명했지만, 주가는 해명 당일 반짝 반등하는데 그쳤다.
코스닥 바이오기업은 미래의 희망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신뢰를 잃은 기업과 함께 꿈을 꾸기란 쉽지 않다. 알테오젠이 그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신뢰가 의심으로 바뀐 순간은 또 있었다. RCPS 발행과 관련한 회사 측의 미숙한 대처도 회사의 신뢰를 훼손한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시장에선 S증권이 내놓은 티저 메모(투자안내서)가 떠돌았다. 알테오젠이 3자배정방식으로 2000억원 규모 RCPS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티저 메모에는 2026년 키트루다SC제형이 18조원어치 팔릴 경우 알테오젠이 3192억원의 로열티를 받을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를 역산하면 판매로열티는 판매액의 1.77% 수준으로 시장의 기대치보다 한참 낮다.
티저 메모가 버젓이 존재하지만, 회사 측은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RCPS 발행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으며 S증권과 계약을 체결한 바 없다"고 답했다. S증권이 회사와 교감 없이 티저 메모를 작성해 배포했다는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공교롭게도 지난 25일 S증권은 목표주가 73만원을 유지하는 종목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증권사는 알테오젠을 둘러싼 다양한 루머들이 그간 맞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음날 Y증권이 알테오젠의 목표주가를 40만원으로 제시하는 리포트를 내놓았으니 투자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 증시의 현실상 상당수의 바이오기업은 가벼운 루머에도 흔들릴 수 있는 모래성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신중하고 정직하게 대처해야 회사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 예전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도 수많은 루머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를 정직한 대처와 실력으로 뚫어냈다.
바이오기업의 가치는 미래의 눈부신 성과를 미리 가져와 얻은 것이다. 그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모래성은 반드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세상을 뒤바꿀 것 같았던 바이오기업 중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바이오기업 경영진 아니라 바이오를 투자하는 이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잘못된 판단의 결과는 큰 투자손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명룡 바이오부장 drag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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