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검도 백기…트럼프 '사법 리스크' 벗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몇몇 국가를 상대로 '관세' 공격을 언급한 날, 그는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사법 문제들을 떨어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은 뒤 트럼프 타워에 도착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024.05.31 /AFPBBNews=뉴스1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워싱턴DC 법원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따른 기소를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이날 앞서 대선 결과 뒤집기 및 기밀문서 유출 혐의 2개 사건을 담당해온 잭 스미스 특별검사(특검)가 담당 법원에 두 사건의 기소 기각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기밀문서 유출 사건과 관련해선 제11순회 항소법원에 트럼프 당선인을 공동 피고인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밀문서 유출 혐의에 대한 기소 기각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스미스 특검은 이날 법원에 기소 기각을 요청하면서 "기소의 당위성에 대한 입장은 변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며 "헌법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연방 기소와 형사 기소를 금하는 것이 오랜 법무부의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1970년대부터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간섭으로 보고 재임 중인 대통령에 대해 기소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을 형사 기소하는 것이 국가 최고 행정수반의 기능을 약화시킴으로써 미국 헌법을 위반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필요 시 일반 기소가 아닌 탄핵 절차를 따라야 한다.

로이터통신은 "워싱턴DC 법원의 이번 결정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불복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한 연방 정부의 노력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이는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고 내년 1월20일 대통령직에 복귀할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큰 법적 승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 바이든 정부의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 관련 사건에 대해 스미스 특검을 임명했다. 스미스 특검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기밀문서 유출 혐의 등으로 지난해 8월 트럼프 당선인을 기소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선거 운동 당시 자신에 대한 기소를 '마녀사냥', '정치적 탄압' 등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특검을 2초 안에 해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뉴욕타임스는 "스미스 특검이 트럼프 취임 전 업무를 마무리하고 팀원들과 함께 사임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특검이 한발 물러서면서 트럼프 당선인에 얽힌 4건의 기소로 인한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그의 임기 동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죄 평결이 나왔던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에 대해 지난 19일 검찰은 재판 절차를 당선인의 임기 동안 중단해달라고 요청했고 22일 법원이 혐의 기각을 요구한 트럼프 측에 다음 달 2일까지 서류를 제출하라고 하면서 이달 26일로 예정된 선고가 자동으로 미뤄지게 됐다. 판사가 선고 기일을 지정하지 않아 무기 연기 가능성이 있다. 다른 사건인 조지아주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재판은 특검과 검사장의 불륜 의혹으로 자격 논란이 일면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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