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규모 호주 호위함 입찰서 양사 모두 고배…"80조 해외 함정 수주 협력" 공감대
'오너 3세' 정기선·김동관 자존심 걸린 차기 구축함…"공동건조냐, 독자건조냐" 경쟁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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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8조 원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둘러싼 한화오션(042660)과 HD현대중공업(329180)의 극한 갈등이 쌍방의 고소·고발 취하를 계기로 새 국면을 맞았다.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비롯해 캐나다·폴란드 잠수함 프로젝트 등 굵직한 대어(大漁) 사업을 K-조선이 잡기 위해선 승자 독식이 아닌 '원팀(One-team) 협력'으로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윗선의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전날(25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5월 회사가 한화오션 관계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혐의 고소 건에 대한 취하서를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지난 22일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냈던 고발장을 취소한 데 대한 화답이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회사와 별개로 냈던 고소도 조만간 취하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조 대어 놓친 K-조선…80조 글로벌 시장 향해 "원팀 협력"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2030년까지 총사업비 7조 8000억 원을 들여 6000톤급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KDDX 사업을 놓고 1년 넘게 고소·고발과 여론전을 벌이며 대치해 왔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은 조선사가 관례대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아야 한다"며 수의계약을, 한화오션은 "군사기밀을 유출한 HD현대중공업에 관례를 적용하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며 경쟁 입찰을 주장해 왔다.
양사의 태도가 바뀐 것은 최근 10조 원 규모의 호주 호위함 사업(SEA 3000) 입찰에서 양사가 모두 고배를 마신 직후라는 게 재계 안팎의 전언이다. 당시 일본·독일·스페인 등 경쟁국들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 수주전에 뛰어든 반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개별적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방산 시장 공략을 위해 '원팀'으로 뭉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다는 것이다. 두 회사가 이구동성으로 '원팀'과 '협력'을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입장문에서 "정부의 원팀 전략에 적극 협조하고, 한편으로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체 간 상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도 고소 취하 입장문에서 "우리 조선업계가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 K-방산 수출 확대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사전 교감에서 향후 큰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DDX 사업을 넘어 합산 규모 80조에 이르는 캐나다(70조 원)·폴란드(3조 원)·필리핀(2조 원)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군 관계자도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해외 함정 수출 사업을 위해 원팀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양사 화해 무드에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2023년 6월 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에서 참가자들이 HD현대 부스에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등 함정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자료사진) 2023.6.7/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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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갈등 불씨는 여전…"공동이냐 독자냐" 물밑 경쟁 지속
다만 글로벌 함정 수출 시장을 겨냥한 협력과는 별개로,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서는 여전히 물밑 경쟁이 전개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일단 한화오션이 원하고 있는 '공동 개발·동시 건조'가 유력한 타협점으로 부상하긴 했지만, HD현대중공업도 "원칙대로 우리가 독자 건조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어서다.
KDDX 사업을 놓고 양사가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나란히 승계 구도를 밟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간의 '자존심 싸움'과도 무관치 않다.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경영 전면에 나선 터라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우리 해군의 차세대 핵심 전력이 될 KDDX를 누가 건조하느냐에 따라 해외 시장에서의 브랜드파워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단 공은 정부로 넘어간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상대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인 '방산업체 지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산업부가 두 업체를 모두 지정하면 방위사업청은 추후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방사청은 이르면 올해 연말 KDDX 사업 추진 방식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큰 틀에서 '원팀'에 뜻을 모은 것은 맞지만, KDDX는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라며 "관례대로라면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이 수의계약으로 단독 건조하는 것이 맞지만, HD현대중공업이 국가기밀 유출로 보안 감점(1.8점)을 받고 있어 예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고소·고발 취하로 사후 KDDX 사업자 선정 후에 불거질 수 있는 사법적 리스크는 다소 완화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KDDX 사업자 선정 방식과 관련해선 "산업부와 긴밀히 협의해 가며 최선의 사업 추진 방식이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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