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에 ‘식물정부’]〈상〉핵심 정책 올스톱
개혁과제 323건 받아 놓고 개점휴업
경제단체 “피드백 없어 대응팀 해체”
상법 개정 등 조율 요청에도 ‘不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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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시점에 벌써 공무원들이 소극적으로 일하자 기업인들이 각종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다. 강력한 규제 개혁 의지를 천명하며 윤 정부 임기 초 출범한 ‘경제규제혁신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활동이 2년 만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법 개정안 등 재계의 핵심 이슈에 대해서도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와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를 공동 수장으로 해 2022년 7월 출범한 범부처 규제혁신 TF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는 상태다. 출범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가 103건, 대한상공회의소가 100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20건 등 약 323건의 규제 목록을 제출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출한 목록이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임기 초반을 제외하곤 규제 개선 과정과 결과에 대해 피드백이 거의 없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우리도 파악이 안 된다”며 “우리 단체에서도 규제혁신 TF 대응팀이 해체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단체 관계자도 “개선율이 미미해 상황 파악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TF가 공식 해체된 건 아니지만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규제 관련 대책을 내놓으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별다른 활동이 없었다”며 “규제 혁신 작업은 내부에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F 공동팀장이던 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을 옥죄는 화학 관련 규제를 완화하자는 등의 의견을 냈지만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최상목 부총리 취임 이후로는 정부에서 따로 연락받은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강한 규제 개혁 의지를 보였던 정부가 올 들어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거나 부처 내 이견을 조정하는 데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발전소·석유화학단지 생산설비(플랜트) 건설 현장의 외국인 고용 규제가 대표적이다. 플랜트 건설업은 내국인 일자리 보호와 기술 유출 방지 등을 이유로 2007년부터 외국인력 고용이 금지돼 인력난에 시달려 왔다. 산업계 호소에 정부는 지난해 말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올해 하반기부턴 사실상 손 놓은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임기 초반엔 의지가 강력했지만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추진 동력이 약해진 것 같다”며 “내년엔 에쓰오일 대형 건설 물량을 포함해 3000∼5000명의 인력난이 예상되는데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재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야당발 상법 개정안이나 반도체특별법상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등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것이 재계의 불만이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필요성은 올 초 금융감독원이 먼저 제기했고 이후 부처 간 일관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거야가 주도권을 잡게 됐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16개 그룹 사장단이 모여 대대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이를 조율해야 할 정부 관계부처는 어느 누구 하나 나서는 곳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단체 임원은 “모든 회사 대관팀이 상법 개정을 두고 사투를 벌일 만큼 심각한 문제다. 정부에도 조율을 요청했는데 다른 이슈가 많아서 그런지 움직임이 보이질 않는다”고 전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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