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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어룡의 눈 번뜩… 신비롭구나! 고려 ‘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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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 오늘부터 고려 상형청자展… 국보 등 274건 선보여

동아일보

청자 어룡모양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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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몸과 용의 머리가 합쳐진 어룡(魚龍)이 눈을 부릅뜬 채 연꽃 위에 앉아 있다. 머리를 꼿꼿이 들고 꼬리는 치켜세운 어룡의 은은한 푸른빛이 신비롭다. 비늘은 입체감이 살도록 섬세하게 표현됐고, 철 안료로 점을 찍은 용의 눈은 번뜩인다. 물을 자유롭게 다루는 능력이 있다고 전하는 상상의 동물 어룡을 표현한 국보 ‘청자 어룡모양 주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2∼13세기 고려 상형청자(象形靑瓷·인물이나 동식물의 형상을 본떠 만든 청자)를 다룬 특별전을 26일부터 연다. 국내 25개 기관과 개인 소장자, 미국·일본·중국의 4개 기관 소장품 274건(국보 11건, 보물 9건)을 선보인다. 고려청자 중에서도 상형청자만 집중적으로 다룬 특별전은 처음이다. 전시를 기획한 서유리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상형청자는 아름다운 비색과 섬세한 상감 기법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청자 문화의 중심”이라며 “중국의 자기 문화를 받아들여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고려 사람들의 창조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전시 중 1부 ‘그릇에 형상을 더하여’에선 고려 상형청자가 등장하기 전 3∼6세기 신라와 가야에서 만든 상형토기와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상) 장식 토기를 선보인다. 경북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배모양 토기’, 경주 덕천리 무덤에서 출토된 ‘새모양 토기’ 등 다양한 토기를 모았다.

동아일보

청자 사자모양 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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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제작에서 향유까지’는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고려 개경의 왕실과 상류층이 발전시킨 도자를 전시한다. 이 중 국보 ‘청자 사자모양 향로’는 몸체에서 향을 피우면 이를 입으로 뿜도록 설계됐는데, 사자의 귀와 코는 물론이고 가지런한 이빨이 드러난 입까지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고려 청자의 독특한 매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중국 북송시대(960∼1127년) 황실 자기를 생산했던 허난성 청량사 여요(汝窯) 출토품과 고려 청자를 비교 전시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청자 원앙모양 향로뚜껑’은 중국의 ‘청자 원앙모양 향로뚜껑 조각’에 비해 은은한 비색(翡色)이 감돌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에선 용과 기린, 사자 등을 표현한 각종 청자를 각각 단독 유리장에 진열해 눈길을 끈다. 국보 ‘청자 귀룡모양 주자’는 연꽃 위에 용이 앉아 있는 모습을 표현했는데 비늘과 갈기, 뿔, 발톱 등을 세밀하게 음각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틀에 찍어낸 꽃잎 하나하나를 몸체에 붙여 장식한 국보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는 고려 상형청자의 독창성을 잘 보여준다. 4부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에서는 도교, 불교 등 신앙적 바람을 담아낸 상형청자를 소개한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이며,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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