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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투자의 창] 긍정적 변화는 놓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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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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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가 한참이던 지난 2008년 말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선 축하 연설에서 특유의 언변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오바마가 국가적 위기 상황을 합심해서 극복하자며 “We can do it(우린 할 수 있습니다)!”이라고 말하자 운집한 지지자들이 미친 듯이 이 말을 따라서 외치는 장면은 여전히 필자의 마음 속에 인상 깊게 남아있다. 당시 미국의 엄청난 부실과 강력한 경쟁자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 운명은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과 같았다.

그러나 오바마의 연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국난을 극복할 만한 미국인들의 의지가 충만함을 느끼게 해줬다. 이 장면에서 느낀 바가 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미국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논리로 당시 잊혀 있던 신기술 경쟁력과 더불어 이 연설을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러고도 미국이 정상 궤도로 올라왔다는 인식이 생겨나기까지는 5년 정도의 세월이 걸렸다. 위기는 순식간에 찾아오고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아 있지만 긍정적인 변화는 쉽게 인식하기 힘들 정도로 조금씩 생겨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기업들이 정상을 되찾고 이익이 다시 늘어나는데 무려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주식시장 얘기를 해 보자. 느린 변화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다 보니 주가도 필연적으로 상당 기간 무시 당할 수밖에 없다. 물론 어떤 것이 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또는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지 판단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최근 주가가 바닥을 기며 국내 투자자들을 우울하게 한 국내 대형 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도 시장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있는 기업들의 변화 시도가 앞으로 지금처럼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을 불식시켜 줄 수 있을지 아무도 확실한 대답을 줄 수 없다.

그러나 긍정적인 점은 우리 주식시장에 대해 점점 커지는 비관론을 잠재울만한 실마리들이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한류 열풍의 확산이나 바이오 같은 신성장 산업의 경쟁력, 방위 산업을 비롯한 새로운 수출 품목의 등장과 같은 요인들이 결국에는 국가 경제를 반등시킬 것으로 확신한다. 대다수에게 이런 논리는 설득력이 없겠지만 한번 형성된 추세는 예상보다 훨씬 거대해지고 오래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00년대 초반 가수 보아로 인해 일본에서 시작된 한국 대중가요의 세계화가 20년의 세월을 거쳐 현재는 전 세계적인 열풍으로 자리 잡지 않았는가.

우리나라는 그동안 균형 없는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제대로 된 선진국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서구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문화 경쟁력까지 올라오고 있고, 우리가 만든 다양한 제품들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역사상 초유의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국가적 위상이 한단계 올라간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변화가 주식시장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내부 형편으로 인해 우리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곳곳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위기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한 결국에는 지금의 비관론을 기억도 못할 만큼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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