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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자동차도 화장품도 줄줄이 발 뺀다…돈 벌기 어려운 중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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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디스플레이·석유화학·철강 등 대부분 업종 사업 축소

"중국 기업 경쟁력 상승이 한국 기업에 가장 위협적"

연합뉴스

2021년 중국 수입박람회 현장의 아모레퍼시픽 전시장
[촬영 차대운]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전성훈 강애란 기자 = 중국 베이징 도심에서 톈안먼(天安門) 광장과 이어지는 중심 도로 창안제(長安街)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LG그룹의 베이징 트윈타워와 SK그룹의 베이징타워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LG[003550]와 SK는 각각 중국 사업을 지휘하던 사옥을 차례로 매각했다. 중국에서 점점 발을 빼는 한국 대기업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LG와 SK 외에도 삼성, 현대차, 롯데 등 국내 대기업이 중국에서 쓴맛을 보고 공장을 매각하거나 사업을 철수했다.

유통, 화장품부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자동차 및 부품, 배터리, 석유화학, 철강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업종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짐을 싸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중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높아졌고 중국 젊은층 중심의 애국 소비 현상(궈차오·國潮)이 뚜렷해진 영향이 컸다. 게다가 중국 내수 부진까지 겹쳐 중국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삼성·현대차·LG·롯데 등 사업 매각 잇따라

LG디스플레이[034220]는 지난 9월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현지 기업에 약 2조원에 매각했다. 중국 기업이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장악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까지 공장을 매각하면서 한국은 중국 내 TV용 LCD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삼성전자[005930]는 2019년 중국에서 마지막으로 남았던 스마트폰 공장인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을 닫았다.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였지만 점유율이 0%대로 떨어지자 휴대전화 공장을 모두 철수하고 베트남과 인도로 생산을 이전했다.

현대차[005380]는 중국 진출 이후 한때 생산 거점이 5곳에 달했지만, 현재 2곳만 남았다. 베이징 1∼3공장 가운데 1공장을 2021년 매각한 데 이어 올해 초 충칭 공장까지 3천억원에 처분했다. 창저우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기아[000270]는 옌청에 공장 3곳이 있었지만, 현재 2곳만 운영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10%를 넘었던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이제 1%대에 불과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공장을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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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현대 매장
[촬영 김윤구]


중국에서 가장 고전한 기업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직격탄을 맞은 롯데가 꼽힌다.

롯데그룹은 현재 중국에 남아 있는 마지막 사업인 청두(成都) 복합단지 개발 프로젝트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드 사태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

청두 프로젝트 매각이 마무리되면 롯데는 중국 시장 진출 30여년 만에 현지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롯데그룹은 2017년 사드 사태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 중국에 112개의 점포를 운영한 롯데마트는 2018년 시장에서 철수했고 롯데백화점도 지난 6월 청두점 폐점을 끝으로 중국 사업을 종료했다.

K-뷰티의 인기로 화장품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한국 화장품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과거 중국 시장에 힘입어 고속 성장했지만, 몇 년 전부터 중국 현지 업체에 밀려 헤라, 에뛰드하우스를 철수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법인은 올해 3분기 매출이 750억원으로 42% 감소해 3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중국만 바라보던 면세업계는 흔히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다이거우'(代購)의 발길이 끊긴 데다 중국의 경기 침체로 '큰손' 고객이 떠나가면서 칼바람을 맞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신라면세점은 하나 같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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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접는 스마트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중국 내 여건 악화…탈중국 지속할 것"

한국뿐 아니라 과거 중국 시장에 앞다퉈 진출했던 미국 최대 소매유통업체 월마트, 정보기술(IT) 기업 IBM 등 서방 기업들도 높은 시장 진입장벽과 사업의 어려움, 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철수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등 발을 빼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인 혼다도 최근 중국 내 3개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고 자발적 퇴직을 통해 인력을 감축했다.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지난해 78% 급감하면서 18억7천만달러(약 2조6천억원)에 그쳤고 중국은 한국의 투자 대상국 중 7위로 내려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국 내 인건비 상승, 외국인 투자 기업 혜택 축소 등 여건 악화로 한국 기업이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투자를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해와 올해는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 등으로 롯데케미칼[011170], 금호석유화학[011780] 등 석유화학 업체들이 중국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내수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중국 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지는 업종의 중국 내 사업 구조조정과 탈중국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지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연구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국내 기업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 생산기지로 보자면 로컬(중국)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투자의) 우선적인 고려사항"이라며 "품목마다 다르지만, 제조업에서는 잘하는 중국 기업이 많고 가격 경쟁력도 있다. 유통 역시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 내 판매 부진, 중국 업체 경쟁력 제고로 인한 경쟁 심화, 중국 내 생산원가 상승 등의 경영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중국의 외국인 투자 정책에 대한 불신이 존재하는 가운데 지난해 7월부터 간첩 행위의 정의와 적용 범위를 넓힌 반(反)간첩법 개정안이 시행된 것은 한국 등 외국 기업에 새로운 위험 요인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은 정치 논리가 강한 국가다. 경제 논리만으로 중국을 파트너로 신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보수적인 관점으로 대비책을 준비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사업을 축소한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국 내수 시장은 양적으로 판매 물량을 확보하던 시절은 지났다"면서 "적게 팔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ykim@yna.co.kr, lucho@yna.co.kr,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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