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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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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4주 이상 이어지는 만성 설사, 기저질환 감별 위해 전문의 진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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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창모 기쁨병원 부원장

한 달 이상 이어지면 만성 설사

대장 내시경 등 정밀 검사하기도

지사제 먹고 버티면 병 악화돼

중앙일보

문창모 기쁨병원 부원장은 “4주 넘게 설사가 이어지고 혈변이나 야간 증상, 체중 감소 등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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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건강이 무너지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호 중 하나가 설사다. 설사는 지속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은 2주 이내의 설사로 대부분 세균 감염에서 비롯된다. 반면에 만성 설사는 4주 이상 지속하며 만성질환의 징후일 수 있어 더욱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기쁨병원 문창모 부원장에게 만성 설사의 주된 원인과 대처법 등을 들었다.

Q : 만성 설사가 구체적으로 뭔가.

A : 설사에 대한 정의부터 짚고 가겠다. 설사는 대변의 형태, 빈도 등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상태다. 보통 일 3회 이상 혹은 하루 250g 이상 묽거나 액체 상태의 변을 보면 설사라 칭한다. 그리고 이러한 설사가 한 달 이상 이어지면 만성 설사로 정의한다. 원인은 다양한데 대표적으로 과민성 장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크론병·궤양성 대장염), 만성 췌장염, 약물 부작용, 유당불내증(우유에 포함된 유당을 제대로 분해해 흡수하지 못하는 증상) 등을 꼽을 수 있다.

Q : 원인에 따라 작용 방식도 다를 것 같다.

A : 그렇다. 설사는 크게 분비성·삼투성·염증성·운동성으로 구분된다. 이 중 분비성 설사는 특정 세균의 독소 등으로 유발된다. 장에서 액체 분비가 과도하게 일어나면서 설사가 나오게 된다. 유당불내증일 때는 장내로 물이 과도하게 들어와 묽은 변을 보는 삼투성 설사가, 염증성 장 질환일 때는 장에 염증이 생겨 나타나는 염증성 설사를 겪을 수 있다. 과민성 장 증후군이면 장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운동성 설사가 발생하게 된다.

Q : 만성 설사로 의심되면 어떤 조치를 취하나.

A :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병력 청취와 각종 검사를 진행한다. 병력 청취는 증상이 언제 시작됐는지, 어떤 약을 먹었는지, 식습관은 어떤지 등을 확인해 주요 원인 인자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이후 신체검사를 통해 탈수 여부나 영양 상태, 복부의 압통을 확인하고 혈액검사와 대변 검사로 염증성 장 질환이나 감염 여부 등을 평가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추가로 대장 내시경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정밀 검사를 진행해 장의 상태를 더욱 면밀하게 살핀다.

Q : 추가 정밀 검사가 필요한 때는 언제인가.

A : 만성적으로 설사를 하는 환자가 체중 감소, 혈변, 심한 발열 등을 겪을 때다. 야간에 설사와 복통, 혈변 등의 증상을 보일 때도 단순한 기능성 장애보다는 기질적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때는 반드시 진료를 받고 추가 정밀 검사를 통해 더욱 자세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Q : 하지만 여전히 진단이 늦어지곤 한다.

A : 젊은 층에서 호발하고 국내에서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크론병만 해도 그렇다. 국내 크론병 코호트에 등록된 104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처음 증상이 나타난 시점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16개월 정도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진단이 늦어지면 크론병의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만성 염증으로 장벽이 좁아져 장이 폐쇄되거나 누공(구멍)이 형성되는 식이다. 장외 합병증으로 관절염이나 결절성 홍반 같은 피부 병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Q : 진단 후 치료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A : 분비성·삼투성·염증성·운동성 설사별로 다른 조치를 취한다. 분비성 설사일 때는 주로 수분·전해질 보충과 필요하면 항생제 치료를 시행한다. 삼투성 설사일 경우 원인 물질의 복용을 중단하거나 식이를 조절한다. 예를 들어 고(高)삼투성 물질을 사용한 변비약을 복용한 환자라면 이를 끊고, 유당불내증이 원인이라면 우유 등의 섭취를 피하도록 한다. 또 염증성 장 질환일 때는 항염증제나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하고 운동성 설사일 땐 항경련제 투여, 식이 조절,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치료를 하게 된다.

Q :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A : 제때 진료를 받지 않고 약국에서 지사제를 사 먹으며 버티는 환자들이 있다. 병을 키우는 행동이다. 제대로 된 원인 파악과 진단이 늦어지면 그만큼 치료가 어려워지고 예후도 좋지 않다. 물론 걱정되겠지만,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대부분은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니 안심하고 병원을 방문하길 바란다. 더불어 만성 설사는 원인이 다양해 진단이 쉽지 않은 만큼 전문 지식과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사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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