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내려짐에 따라 징집된 신병이 훈련소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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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울 병력이 부족해지자 가장 먼저 강제 동원령을 내렸다.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 남성들이 ‘벙역 거부자’로 몰려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서 수사 당국 요원들에 붙잡혀 질질 끌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군에 입대할 수 있는 연령도 조정됐다. 전에는 27세가 넘으면 현역 복무 대상이 아니라고 했으나 이제는 3년이 늘어 30세까지로 상향됐다. ‘나는 나이가 많으니 군대에 안 가도 되겠지’ 하고 방심하다가 덜컥 입영 영장을 받아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적정 규모의 군대 유지가 어렵게 되자 외국에서 파병까지 받기 시작했다. 북한이 최근 러시아에 1만명 넘는 병력을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충분한 수의 신병 모집을 위해 러시아 병역 당국이 일찌감치 눈독을 들인 것이 바로 교도소다. 수감 생활을 하는 죄수들에게 ‘군에 입대하면 남은 형기를 면제해 주겠다’고 제안하는 식이다. 이런 사람들이 군복을 입고 무기를 손에 쥐면 더 무거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하지만 다급한 처지의 러시아 정부는 그런 걸 따질 필요성조차 못 느끼는 듯하다. 얼마 전에는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와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한테까지 손을 뻗었다. 군에 입대하면 피의자의 경우 무혐의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피고인에 대해선 공소 기각으로 재판을 그냥 끝낸다는 것이다. 죄를 지어도 군대만 가면 면책을 받는 기이한 나라가 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 수뇌부, 방위사업체 관계자, 미사일 시스템 개발자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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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신병에게 부여하는 ‘특전’이 한 가지 더 늘었다. 오는 12월1일부터 러시아군에 입대하는 병사들은 최대 1000만루블(약 1억3000만원)의 부채를 탕감 받는다는 내용의 법안에 푸틴이 서명한 것이다. 거액의 채무에 시달리는 신용불량자들도 군복만 입으면 빚이 다 사라진다니 이게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혼란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쟁을 종결시킬 것”이라고 공언한 뒤 군사력이 월등한 러시아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긴다고 해도 범죄자와 채무자에게 온갖 혜택을 베푼 조치의 후유증은 오래도록 남아 러시아 사회와 경제에 독소로 작용할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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