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억 뇌물 챙긴 전직 군무원 117억 토해내야... 수주 정보 흘리고 아내 회사로 뒷돈 챙겨

적극적·계획적으로 범행
비위 금액의 4배 부과 '역대 최대 징계'

5만 원권 현금 뭉치.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군 내부 정보를 업체에 흘려 공사 수주를 돕고 약 30억 원의 뇌물을 받은 전직 해군 군무원에게 117억여만 원의 징계부가금이 부과됐다. 비위 금액의 4배에 해당하는 이번 징계부가금은 단일 사건 기준 역대 최대치로, 해당 군무원의 아내까지 동원되는 등 치밀한 범죄 정황이 드러난 데 따른 중징계로 풀이된다.

24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 군무원징계위원회는 해군 4급 군무원을 지낸 50대 A씨에 대해 파면 징계와 함께 117억4,000만 원의 징계부가금을 부과했다. A씨의 비위 금액을 29억3,000만 원으로 판단, 징계부가금을 비위 금액의 4배로 결정한 것이다. 징계부가금은 금품 수수와 공금 횡령 등 금품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이 내도록 하는 징계성 벌금을 뜻한다.

①비위 금액이 워낙 큰 데다 ②적극적·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점이 치명타였다. 군인·군무원 징계부가금 부과 기준에는 금품 수수의 경우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드러날 경우 비위 금액의 4~5배를 징계부가금으로 부과하도록 규정됐는데, A씨는 수주 관련 정보 유출뿐 아니라 아내 명의 사업체를 동원해 뒷돈을 챙기는 등 나쁜 죄질이 드러났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무원 재직 시절 함정을 해상에서 육지로 올리는 '선거' 작업을 담당해 온 A씨는 해군 함대 내 선거공장장 시절 내부 정보를 선거 관련 업체들에 흘려 복수 회사에 각각 수백억 원대의 수주를 돕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가 드러나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A씨는 변칙적으로 뇌물을 받아 챙겼다. 돈을 직접 받지 않고 수주 혜택을 받은 업체들이 A씨 아내 명의 해상 고무보트 제작업체 B사 계좌로 뒷돈을 보내도록 했다. 수사 결과, 업체들의 뇌물은 수중 절단 장비나 도료 대금 등으로 둔갑해 B사 통장에 꽂혔다. 치밀한 설계 끝에 이뤄진 범행이라는 얘기다.

A씨에게 부과된 기록적인 징계부가금이 향후 감면될 수는 있다. 군무원인사법엔 징계부가금 부과 의결 후 대상자가 형사처벌을 받거나 변상 책임 등을 이행한 경우 징계부가금 감면 등 조치를 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원칙에 따라 강제징수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유사 범죄행위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