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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투데이 窓] 창의적 발상에 필요한 스펙트럼 사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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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윤지환 고려대 교수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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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분법적 사고를 통해 세상을 단순화해 빠른 의사결정을 추구한다. 내 편 아니면 네 편, 좋은 사람 아니면 나쁜 사람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효율성을 위해 양쪽으로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는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을 다 고려하지 않고 양쪽 끝단의 극히 일부만 고려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사고 폭을 좁히게 돼 유연성과 창의성을 떨어뜨린다. 실제 사회의 여러 현상과 직면한 문제의 해결안은 양극단의 점이라기보다는 스펙트럼 위의 여러 가능성 중에 하나일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많은 이치는 통상적으로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자연과학과 달리 여러 해답들이 가능한 사회과학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경영, 경제, 문화, 사회, 역사, 정치, 철학적 의사결정의 판단 기준과 결과에 대한 해석은 언제나 옳고 그름으로 명확히 나뉘기보다는, 당면한 인간의 개인적 그리고 그가 속한 집단적, 또 그가 처한 시대 상황적 요인에 따라 변한다. 그 의사결정 대상의 반응 또한 시시각각 달라진다.

특정한 현상이 결과적으로 초래되기까지 사실 너무나 많은 원인들이 영향을 주고 이러한 원인들 간의 상호작용 또한 극도로 복잡하므로, 영향력의 크기나 상호작용 방식이 극히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의 정도에는 막대한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내일 주식시장에 특정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면 실제로는 해당 종목을 오늘 당장 사기 위해 사람들이 매수주문을 할 것이고 내일이 되면 사람들이 단기적 시세차익을 위해 매도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내일 그 종목의 주가는 떨어질 가능성이 발생한다.

이처럼 사회과학의 현상은 예측하기 힘들고 생각하지도 못한 많은 변수들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그에 대한 해석 또한 개인별로 처해 있는 시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 세상을 살아가는데 항상 통용되는 단 하나의 정답은 희박하고, 대신 대부분 다수의 해답이 존재할 수 있다는 '스펙트럼 사고관'이 필요하다.

스펙트럼 사고관을 가지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하나의 정답보다는 여러가지 해답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내가 틀렸을 수도 있고 다른 의견이 더 나은 해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남의 의견이 더 바람직하다면 겸허히 수용하고자 하는 식의 유연한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 기존에 해결하지 못해 골치 아팠던 사안에 대해 창의적인 솔루션을 생각해 낼 여지가 커진다.

사람들은 인지적 능력 한계 때문에 자신이 생활 속에 매순간 내리는 의사결정이 초래할 결과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시각각 내리는 판단과 의사결정에 의해 생기는 작은 변화들이 축적되어 시간이 흐른 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과 세상을 바꾼다. 하지만 그때 쯤이면 우리가 과거에 내렸던 어떤 판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줬는지 유추하기 힘들다. 즉, 다양한 관점과 견해가 존재하지만 유일무이한 정답이나 하나의 원인은 존재하기 힘들고, 그 마저도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판단을 내리는지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우리는 스펙트럼 사고관을 가지고, 자신의 견해를 남에게 강요하기보다는 끝없는 설득과 이해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아직 하나의 정답으로 결정되지 않은 애매모호한 사안에 대해 인내력을 가지고 내가 틀릴 수도 있지만 더 나은 해답을 찾아간다는 유연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견해가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겸손함, 남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 신중함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상호 장기간 신뢰를 구축함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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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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