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역풍 온다(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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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관리 편해지지만 돈 쏠리면…" 예금자보호 1억 상향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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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은행업권 예금자 보호한도 비율, 보호한도에서 보호예금자수 비율, 2023년 3분기말 기준 업종별, 업권별 대출 비중/그래픽=윤선정 |
이르면 내년 12월부터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다. 2001년 이후 24년만의 한도 상향으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진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낮아 평균 7.4개 계좌로 분산 예치했던 금융소비자 편의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금리가 높은 2금융권 자금 쏠림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여야가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이르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여야간 이견이 없어 은행, 금융투자, 보험사, 저축은행 등 전 금융업권의 예보 한도가 동일하게 1억원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시행시기는 개정 법안 공포 후 1년 유예가 유력하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12월부터 보호 한도가 2배로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예금자보호 한도는 2001년 금융회사별로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으로 정해진 이후 23년간 유지돼 왔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인당 GDP(국내총생산) 대비 은행업권 보호한도 비율은 약 1.2배로 미국(3.1배) 영국(2.2배) 일본(2.1배) 등 주요국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었다.
내년 12월부터 전 업권이 동일하게 1억원으로 한도가 상향되면 소비자 편익이 제고된다. 현재도 5000만원 이하 예금이 전체의 98.1%로 대부분 보호가 되고 있으나 이는 5000만원 이하로 분산예치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예금자 1인당 평균 약 7.4개의 금융회사 계좌를 보유 중으로 분산예치를 해 온 금융소비자는 계좌통합 관리에 따른 편의성이 올라갈 수 있다.
다만 24년만에 큰 변화로 인해 2금융권 자금쏠림 우려도 큰 상황이다. 예보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관련 법률에 따라 자체 기금으로 보호되고 있는 상호금융권도 동일 수준으로 한도가 올라간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예금금리가 높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으로 자금 이동이 예상된다. 고금리 저축은행 예금이 지금보다 최대 40%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2금융권의 자금쏠림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고위험 분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은 코로나19 시기에 고금리 예금을 예치해 부동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이로 인해 대출 부실이 커지고 연체율이 치솟아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뱅크런(대규모 자금이탈) 위기까지 겪었다. 일각에선 보호 한도 상향 시점에 맞춰 상호금융권 비과세 혜택 축소를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금융권의 경우 자금 관리나 내부통제 측면에서 은행권 대비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이후 능력 대비 과도한 자금쏠림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면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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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예금보호 한도' 맞춰 저축은행으로 머니무브…긴장하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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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 1년 만기 평균금리 및 4000만~5000만원 구간 예금 비중/그래픽=김지영 |
예금 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증액되면 은행 예금이 저축은행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한도에 맞춰 금리가 더 높은 저축은행으로 예금을 옮기는 것이다.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예금보험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예금보험제도 개선 검토' 보고서를 살펴보면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되면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이동이 발생해 저축은행의 예금이 일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의 16~25%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며 최대 40% 늘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2금융권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이 높아지는 보호한도에 맞춰 금리가 더 높은 저축은행에 예금을 옮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날 기준 저축은행중앙회가 공시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3.50%로 은행권의 평균 금리보다 0.18%포인트(P) 높다.
특히 저축은행 예금자는 은행에 비해 보호한도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저축은행의 예금분포를 보면 현 보호한도인 4000만~5000만원에 구간의 예금비중이 48.3%에 달한다. 은행은 같은 구간의 예금 비중이 2.86%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과거 미국에서도 보호한도를 높인 후 저축은행 자산이 은행보다 더 많이 증가한 사례가 있다. 1980년대 보호한도를 4만달러에서 10만달러 상향한 후 3년간 저축은행의 자산이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저축은행의 예금 잔액은 102조5680억원 수준으로 25%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머니무브 규모는 약 25조원이다. 단기간에 머니부브가 발생하면 은행권은 빠져나간 만큼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은행채 발행을 급격히 늘리면 금리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행 등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춤에도 시장금리가 올라 대출금리가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국내 은행 예금 규모의 1.2% 수준으로 머니무브의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은행권은 현행 보호한도로 대부분의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5000만원으로 보호가 가능한 예금자 비율이 이미 98.1%에 이른다. 오히려 보호한도 상향의 편익이 소수(1.9%)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에게만 국한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은행권은 예금 보호한도 상향 관련 TF(태스크포스)와 연구용역 과정 등에서 "현행 보호한도(5000만원)로 예금자의 98%가 보호되고 있어 한도 상향의 실익이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 모바일 등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5000만원씩 분산 예치하기도 쉬운 상태라 소비자의 편의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호한도와 예금자별 보호예금 비중 수준도 이미 국제 권고 수준을 충족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보호한도 상향의 편익은 소수에게 돌아가고, 이에 따른 예금보호료 증가는 모두가 나눠 같은 구조가 된다"며 "저축은행 등 2금융권만 이득을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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