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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죽음으로 내몬 불법추심… 불법사금융 왜 못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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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죽음으로 내몬 불법추심… 불법사금융 왜 못 막나?

[오프닝: 정영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정영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정영빈 기자]

돈을 못 갚으면 신체를 포기하겠다는 각서에 도장을 찍어라.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이나 영화에서 볼 법한 대사일 겁니다. 불법 사채업자들이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터무니 없는 금리로 돈을 빌려주면서 이런 각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강요하는 일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가 아닌 실제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불법 추심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현실은 더욱 잔혹합니다. 최근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가 유치원생 딸을 두고 숨진 30대 싱글맘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이 사채업자는 자녀와 지인들에게까지 채무 사실을 알리면서 지속적으로 협박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불법 추심의 실태를 먼저 이화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가족에 지인까지 협박…탈출구 없는 불법 추심의 늪 / 이화영 기자]

[기자]

처음엔 30만 원가량이던 대출금이 석 달쯤 지나자 20배 넘게 불어났다는 A씨.

상환 기일을 지키지 못할 때마다 연체금까지 더해졌습니다.

기한을 넘기자 사채업자는 가족과 지인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고 갖은 협박에 나섰습니다.

< A씨/불법 추심 피해자> "주변에 전화해서 아니면 문자를 하면서 욕을 한다거나 아니면 없는 말을 지어내 가지고 문자를 돌린다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

사채업자들이 주변인들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손 쓸 도리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 A씨/불법 추심 피해자> "끌려다닐 수밖에 없고 그냥 하라는 대로, 주라는 대로…"

피해자들은 해외 발신 문자로 매 순간 협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 B씨/불법 추심 피해자> "해외 문자 차단을 해도 해외 문자라고 차단되는 게 아니라 계속 메시지가 울리는 거예요. 1분마다"

업자마다 유형은 조금씩 다르지만, 돈을 빌릴 때부터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를 요구하거나 휴대전화에 프로그램을 깔도록 해 주소록을 가져가는 게 시작입니다.

또, 대다수가 적게는 15만 원 안팎 소액을 빌렸지만,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감당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람은 지난 2022년 기준 82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당장 생활비 등 급전이 필요해 온라인에서 대부중개 사이트를 찾은 뒤 불법사금융업체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등록된 대부업체 연락처로 연락했다가 다른 번호로 답이 오면서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통해 불법업체와 비대면으로 대출이 진행되는 겁니다.

오픈 채팅도 주요 경로 중 하나입니다.

불법업자 대부분은 가명에 대포폰, 대포통장을 이용하고 있어 신고는 어려웠다고 피해자들은 털어놨습니다.

악랄한 불법 추심 실태에 검찰과 경찰은 대응 강화에 나섰습니다.

검찰은 지난 7월 개정된 불법사금융범죄 사건처리기준을 엄격히 준수해 불법적인 추심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 등은 구속수사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내년 10월까지 특별 단속을 이어가는 동시에 전국 시도경찰청과 경찰서에 불법사금융 전담수사팀을 구축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연합뉴스TV 이화영입니다.

#불법추심 #대출 #불법사금융

[정영빈 기자]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숨진 30대 싱글맘의 사연이 알려지고, 사회적 분노가 높아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불법 사금융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대부업 관련 정책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인데, 감당 불가능하고 비상식적인 이자가 붙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법 사금융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은 없는 것인지 김수빈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대부업 문턱 높이면 해소될까…칼 빼든 금융당국 / 김수빈 기자]

[기자]

금융당국이 이번 싱글맘 사태를 계기로 불법 사금융의 뿌리를 뽑기 위해 칼을 빼들었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지난 13일)> "최근 불법사금융은 비대면·디지털화되며 더욱 교묘해지고 악랄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늬만 대부업체'인 불법 사금융업자는 퇴출되고 우량하고 건전한 대부업자 위주로 개편되면…"

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대부업 개정안 입법화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관계기관 합동으로 불법 추심을 근절하겠단 입장입니다.

개정안은 불법 사금융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와,

대부업 등록 대상과 관리 체계 등 대부업 관련 정책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대부업 자체가 제3금융권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만들겠단 취지입니다.

핵심은 대부업 개설의 문턱을 최대 10배까지 크게 높이는 겁니다.

개인과 법인 대부업의 자기자본 요건은 각각 1억 원, 3억 원으로 높아집니다.

이같은 대부업 관리 방안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된 상태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규모 업체가 대량 폐업하면서 오히려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될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에 따라 등록 기준의 일률적 상향보다는, 지자체별로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분포 정도를 고려해야한단 의견입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너무 높이게 되면 다수의 업체가 이제 폐업을 하거나 음성화될 수 있어서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수준에 대한 연구가 먼저 필요할 거 같고…"

2021년부터 연 20%로 유지되고 있는 법정 최고금리에 대한 조정 필요성도 언급됩니다.

원가율보다 낮은 금리로, 수익이 나지 않아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되기 쉬운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 "원가로 보면 조달 금리, 부실률 다음 인건비를 포함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20%를 육박하고, 넘기기도 한다…그렇게 되면 수익이 안 나는데 대부를 할 이유가 없죠. 정상적인 대부업체들에게는 인센티브 급부 또는 적극적인 행정을…"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년.

살기 위해 돈을 빌린 서민들이 죽음으로까지 내몰리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연합뉴스TV 김수빈입니다.

#불법사금융 #금융위원회 #법정최고금리

[진행자 코너]

과거 고려시대 때부터 우리나라에는 자모정식법이라는 고유의 법제가 있었습니다. 고려 성종 때인 982년부터 1910년까지 시행됐지만 일제가 조선을 수탈하기 위해 폐지했던 민생법안으로, 이자는 원금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고리대금업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되었다고는 하지만 1천년 전에도 이자는 원금을 넘어설 수 없다는 상식이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최근 활개를 치는 불법 사금융 실태를 보면 이런 상식은 온데간데 없이 더욱 악랄해지고 잔혹해진 현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법으로 20% 넘는 이자를 받을 수 없는데, 법도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지난 2월 국세청이 적발한 한 사채업자는 무려 연 9,000%의 이자를 불법으로 받아 챙긴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연 이자가 9,000%라면, 100만원을 빌렸다고 할 경우에 1년 이자만 9천만원에 달합니다. 금리도 애초에 갚을 수 없는 살인적인 수준이지만 돈을 받아내기 위한 추심 실태는 더욱 악랄합니다. 채무자에게 나체나 모욕적인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강요하고 이를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유포하며 협박하는 것은 잘 알려진 수법입니다. 모욕적 영상을 찍도록 강요하고 SNS에 게시하기도 하는데, 협박에 견디지 못한 채무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기도 합니다.

불법 추심으로 한 개인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 가정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사회까지 파괴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숨진 30대 싱글맘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뒤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추심은 악질 범죄라고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검찰과 경찰에게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불법 추심을 뿌리 뽑으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검경은 불법 추심 단속과 처벌을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착수했고, 정부도 다양한 형태의 불법 사금융 근절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이제서야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 입법 공백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21대 국회에서 불법 사금융을 근절하거나 서민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가 됐지만 여야 간 정쟁 속에 관심을 받지 못하고, 국회 임기 종료와 동시에 자동으로 폐기된 바 있습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정부와 의원들이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은 이미 여러 개입니다. 불법 사금융업자에 대한 감독과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 미등록 대부업의 경우 계약 전부를 무효화하는 법안, 대부업자의 최소 자기 자본요건을 상향하는 법안 등이 대표적입니다. 싱글맘 사망 사건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여야는 뒤늦게나마 대부업법을 민생 입법으로 지정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황입니다.

[정영빈 기자]

정부가 불법 사금융을 향한 칼을 빼들었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습니다. 불법 사금융 수법은 나날이 발전하는 반면에 처벌 수위는 턱없이 낮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그렇다면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한웅희 기자입니다.

["단속돼도 남는 장사"…미약한 처벌에 악순환 반복 / 한웅희 기자]

[기자]

소액대출을 해주면서 최대 연 824%의 이자를 받은 불법 대부업자 A씨. 채무자들에게 나체사진을 찍게 하고 가족이나 지인에 퍼뜨리겠다며 협박하거나 유포했습니다.

200여 명으로부터 약 3억원을 빌려주고 이자로 2억원을 뜯어내 재판에 넘겨졌지만 징역 4개월을 선고받는데 그쳤습니다.

2019년부터 4년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례 중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건 9.1%. 나머지 39%는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39%는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한재준 /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단속되더라도 법원에서 실형이 아닌 벌금형 3천만원 이하가 선고되는 비율이 많고요. 실형을 받더라도 1년 미만이다 보니까 이 사람들이 사실 처벌을 무섭게 생각하지 않는 거죠."

우리나라보다 한 발 앞서 불법 사금융 척결에 나선 일본은 이미 2006년 관련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이민환 /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형사처벌이 원래는 5년 이하의 징역이었는데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하고요."

벌금도 1천만엔 이하에서 3천만엔 이하로 벌금을 올렸습니다.

처벌뿐 아니라 대부업을 하기 위한 자본금과 자격 요건 역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큽니다.

여기에 2008년, 불법 사채는 위법한 계약이므로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갚을 의무까지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일본 내 대부업체 수는 10%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한재준 /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일본만이 아니고요. 독일도 반사회 행위로 취급될 수 있는 불법사채 계약은 무효화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원리금 합산해서 2배 이상을 넘는 것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한 이자 지급을 무효로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와 동시에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까지 손대지 않도록 복지와 고용정책도 동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민환 /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대부분 다중 채무자든가 극한 상황에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이분들한테 복지라든가 이런 것들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고 무엇보다도 이분들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를 아직 파악도 못하고 있습니다. 정확히요."

<한재준 /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최선의 방안은 이런 일에 취약할 수 있는 취약계층이 적게 나오도록 복지와 고용을 정부가 늘리는 게."

연합뉴스TV 한웅희입니다.

#불법사금융 #처벌 #일본

[정영빈 기자]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지난 2020년부터 불법 사금융 피해상담, 신고 건수는 매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졌지만 대출 규제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 지자 많은 사람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7천3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돼 지난해 신고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불법 추심피해를 당하더라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실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고 또 불법 추심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불법을 자행하는 대부업체나 채무자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불법 추심행태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형태의 법적 조치와 처벌이 필요합니다. 관련 법을 개정해 불법 사금융을 상당 부분 근절시킨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합니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이 필요한 어려운 서민들이 왜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을 살피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일 것입니다. 고용과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보다 정교하고 세심한 정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김경수

AD 김민지

송고 정영빈

#불법_사금융 #탐사보도_뉴스프리즘 #불법_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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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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