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는 '국정조사'…27일까지 특조위원 구성
우 의장, '野 단독' 조사 전망에 與 참여 '압박'
與 "마른 수건 쥐어짜는 것"…불참 의지 '재확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채해병 순직 국회 국정조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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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당의 반대에도 '채상병 순직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요구·동의는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며 오는 27일까지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 선임을 요청했다. 연말 국정조사 국면이 본격화될 전망인 만큼, 여야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진상규명 요구 높아…국정조사 절차 착수"
우 의장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뜻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 안에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던 청년이 급류 속에서 맨몸으로 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목숨을 잃었는데, 국가가 나서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밝히는 것은 마땅한 책무"라면서 "당연한 책무의 이행이 지연되고 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고, 국민 절대다수가 사건 수사 과정에서 방해와 외압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며 "의혹을 남겨둘수록 국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국방의 의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만큼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채상병 특검법'이 세 차례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가로막힌 것을 언급, "이제는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국회의장의 판단"이라면서 "진상을 규명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인 만큼, 국회가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기현 의원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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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함께하는 것이 국민 보기 합당"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반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아직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야 합의의 목적과 국정조사 선결 조건인 국민의 요구·동의는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며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진상규명이 더는 지연되지 않도록 국정조사에 착수하는 것이 국가기관으로서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한시라도 빨리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제도 개선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여당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며 "국민 보기에도 합당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앞서 우 의장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채상병 사건 국정조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수사 기관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불참 의사를 전달했고, 민주당은 단독 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사실상 이번 국정조사는 야당 주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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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조' 국면 본격화…"결연히 맞설 것" vs "공범 인정"
우 의장이 여야에 오는 27일까지 국조특위 위원 선임을 요청한 만큼,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가 구성되면 위원회에서 국정조사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서(조사범위·증인채택 등)를 논의·채택한 이후 본회의 표결을 거친다. 지난 2022년 진행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당시에는 여야 신경전에 표결 과정까지 진통이 있었지만, 야당만 국정조사를 주도할 경우 내달 초에는 위원회 구성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 의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질의응답을 통해 "여당에 참여하길 권하고, 참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리대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진상규명을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라'고 말하고 있고, 세 차례 특검이 발의된 지난 1년 4개월 동안 국민적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며 "국민적 동의가 충분한 만큼,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입장은 완고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청문회·현안질의·국정감사 등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충분히 했다는 입장이다.
배준형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쟁만을 양산하는 국정조사는 사양하겠다"며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고 더 나올 것은 없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수사해 줄 것을 요청했고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청문회·현안질의·국정감사 등을 진행했는데, 더 이상 뭐를 하자는 말인가"라면서 "여야 합의 없이 28일에 국정조사를 의결해 미뤄 붙이겠다는 국회의장과 민주당의 반민주적인 처사에 대해 용인할 수 없고, 결연히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우 의장의 국정조사 절차 착수 결정을 환영하며 국정조사 절차 진행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민의를 받들어 모든 일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대통령 격노'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을 향해선 "채해병 죽음의 공범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지난 5일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에 협조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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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野 단독 국조' 부작용 우려…"국민 동의가 우선"
우 의장은 여당의 비판에 대해 "저는 여야 편이 아닌, 국민의 편"이라고 반박했다.
우 의장은 "국회의장은 무소속"이라면서 "22대 국회를 구성한 국민의 요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늘 살펴보고, 국민 뜻에 따라가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회의장은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라고 해서 중간에 서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부족한 제도를 만드는 일이 국회의장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우 의장이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야당은 김건희 여사의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 의장은 "과정과 맥락 없이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국회 국정조사는 국민이 부여한 권한인 만큼, 엄격하게 사용해야 하고 큰 폭으로 국민의 동의가 있을 때만 사용해야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조사의 선결 조건은 국민적 동의와 요구인 만큼, 다른 사안(김 여사 국정조사)은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며 "채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의 경우, 국민 생명·안전을 지키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은 사안이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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