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판결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저는 헌법에 따라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온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는다"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공직선거법 1심 유죄판결 이후 당내에서 법원에 대한 비난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정당한 의견 표현을 벗어나 사법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일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속했다.
이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사법부의 독립성 보장이야말로 민주주의, 법치주의의 가장 근간이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때 조봉암 판결, 인혁당 사건 판결,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판결처럼 흑역사도 없지 않았지만 민주주의 체제 수립 이후, 소위 민주화 이후에는 이 모든 사건에 대해 사법부 재심 판결이 있었다"며 "한때 잘못 가더라도 반드시 제 길을 찾아왔고 사법부의 독립성, 양심, 정의에 대한 추구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금까지 이끌어왔다고 확신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조봉암 판결'은 1959년 이승만 정권 당시 정적이었던 조봉암 진보당 대표를 간첩으로 몰아 사형해 처했던 '사법 살인'사례로 꼽힌다. 그로부터 52년 후인 대법원은 2011년 이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인혁당 사건과 DJ 내란음모 사건은 사법부가 군사독재에 동원된 사례로 꼽힌다. 이를 자신의 사례에 비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2020년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와 관련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점을 거론하며 "2년 동안 법정에 끌려다녔지만 잠깐의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사필귀정해서 제자리를 찾아준 것도 대한민국 사법부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후 법원이 영장실질심사에서 내린 기각 결정도 언급하며 "터무니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민주당 자체에서도 전열이 무너져서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가결하는 일도 있었지만 구속영장 기각을 통해 제자리를 잡아준 것도 사법부였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법관은 독립돼 있어 법관들마다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그래서 3심제가 있다. 제가 현실에 법정이 두 번 남아 있다고 말씀드렸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공직선거법 1심 유죄판결 이후 당내에서 "미친 판결"(박찬대 원내대표) 등 법원을 향한 노골적 비난 목소리가 나온 데 대해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비판할 수 있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다. 정당한 의견 표현"이라며 "그러나 이를 벗어나서 사법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그런 일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권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서 정의를 발견하고 실체적인 진실에 따라서 인권과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대다수의 법관들에게 그리고 사법부에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전날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지난 지난 15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이날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이 대표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제 길', '제자리'를 강조한 것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재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징역형 유죄를 받은 이 대표가 "사법부에 감사와 존중을 전한다", "사법부를 믿는다"는 표현을 한 것 역시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한편 전날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역사의 흐름에 함께해달라"며 오는 23일 장외집회 참여를 호소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막다른 길목에 서 있다"며 "우리 국민에게는 '위기 극복의 DNA'가 있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했던 국민의 지혜로움으로 지금의 위기를 이겨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2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광화문에서 역사의 흐름에 함께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또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은 거친 언행을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주의를 줬다고 김성회 당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 이 대표는 "상대방 언행이 아무리 부당하더라도 우리까지 거친 언행을 하면 국민 호응을 받기 어렵다. 국민이 지켜보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해달라"고 강조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확대간부회의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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