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가 런던 시내 담벼락에 그린 ‘풍선과 소녀’는 회화로 복원돼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104만2000파운드(약 17억원)에 팔렸다. 낙찰 직후 그가 액자 안에 몰래 설치한 파쇄기가 그림을 잘라버리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3년 뒤 이 작품은 ‘사랑은 쓰레기통에’라는 다른 이름으로 약 304억원에 거래됐다.
우크라이나 도시 보로디얀카의 파괴된 건물 벽면에 등장한 뱅크시의 ‘푸틴 업어치기’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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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11월, 우크라이나 도시 보로디얀카의 파괴된 건물 벽면에 뱅크시 작품이 등장했다. ‘푸틴 업어치기’라는 제목으로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을 형상화한 것이다. 유도를 하는 작은 소년(우크라이나)이 몇 배나 덩치 큰 푸틴을 상대로 통쾌한 한판승을 거두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벽화를 통해 속시원히 드러냈다. 이듬해 2월, 전쟁 1년을 맞아 해당 그림은 우크라이나에서 우표로도 제작돼 판매됐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길거리나 공공건물에 맘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뱅크시도 경찰을 피해다닌다. 다만 그의 그림의 예술적 가치와 사회적 메시지에 대중이 환호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경복궁 벽면에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 행각을 벌인 자들이 검거됐다. 이들은 불법 영상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영화 공짜’ 등 그야말로 낙서를 휘갈겨 놓았다. 첨단 기법으로 완전히 지우는데 4개월 간 두 차례에 걸쳐 1억3000만원이 들었다. 비용은 낙서꾼들에게 청구됐다.
동덕여자대학교. [이충우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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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녀공학 전환을 놓고 시끄러운 동덕여대에서 학생들이 항의 문구를 래커로 교내 곳곳에 뿌려놨다. 이젠 낙서를 지우는 비용 문제로 학교와 학생회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학교 추산으로는 최대 54억원이 든다고 하는데 전문 업체들은 그 돈으로는 턱도 없다고 한다. 세척 범위가 넓고, 특수 연료를 써야 하는데다 일부 건물 외벽과 도로 바닥은 뜯어내야 한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20일 서울시의회에 나와 동덕여대 낙서 피해 복구를 위한 예산 지원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폭력적 행태를 정당화하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교수의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학생들이 집단 항의중인 서울여대에서도 스프레이 낙서가 학교 건물과 인도를 물들이고 있다. 학교 측은 시설물 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당사자들에게 청구하겠다고 선언했다.
과거처럼 큰 종이로 대자보를 만들어 붙이면 없애기도 쉬우련만 요즘엔 래커를 쓰니 원상복구가 힘들다. 복원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억울하다고 래커를 마구 뿌려댈 일은 아니다.
서울여대 래커시위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50주년 기념관 일대에 성범죄 OUT 등의 항의 문구들이 래커로 칠해져 있다. 2024.11.17 pdj663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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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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