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전 의원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 인준이 트럼프·밴스 정권 인수의 중요한 과업에 부당하게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면서 “불필요하게 장기화하는 워싱턴의 싸움에 낭비할 시간이 없으므로 나는 법무장관 후보에서 내 이름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맷 게이츠 전 미국 하원의원.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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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전 의원은 과거 미성년자 성매수와 마약 남용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물론 같은 공화당 내에서도 상원 인준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는 의원 시절 성매수와 마약 사용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았고, 법무장관에 지명되자 지난 13일 곧바로 의원직을 사퇴, 하원 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게이츠 전 의원이 2명의 여성에게 성관계 등의 대가로 수십 차례에 걸쳐 1만달러(약 1400만원) 이상을 송금했다는 보도 등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 확산했다.
게이츠 전 의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부통령 당선인인 J D 밴스 상원의원과 함께 의회를 찾아 법무장관 인준 권한을 가진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지난 19일 ‘게이츠 지명을 재고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밝히며 법무장관 인선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나, 이틀 만에 게이츠 전 의원이 낙마하며 인선 과정에서 타격을 입었다.
CNN은 게이츠 전 의원의 사퇴 이유와 관련해 그의 인준에 강력히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많고, 윤리위원회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상원 인준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게이츠 전 의원의 성 매수 및 마약 사용 의혹에 대한 하원 윤리위 조사 보고서 공개 여부를 두고 충돌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도 게이츠 전 의원이 인준에 필요한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전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미 의회 상원의 의석 분포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인 상황에서 공화당 의원 4명만 이탈해도 인준이 불가능한데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의 리사 머카우스키, 수잰 콜린스, 미치 매코널, 존 커티스 등 최소 4명이 게이츠의 인선에 완강히 반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대립해온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게이츠 사퇴에 대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콜린스 상원의원은 “게이츠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게이츠 사퇴 발표 이후 신속하게 새로운 법무장관 지명자를 발표하며 논란 차단에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낙마한 게이츠 전 의원을 대신할 인물로 20년 가까이 검사로 재직한 본디를 지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게이츠의 사퇴 발표 후 20분도 채 안 돼 트루스소셜에 “그는 매우 잘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가 매우 존중하는 행정부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면서 “맷의 미래는 밝으며 난 그가 할 훌륭한 일을 모두 보기를 기대한다”고 사퇴 의사를 받아들였다.
CNN은 “트럼프 당선인이 오늘 오전 게이츠에게 전화를 걸어 ‘상원에서 인준을 받을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해당 통화에 대해 직접 알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게이츠 전 의원이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인준이 어려울 수 있다는 여론이 일자, 직접 상원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당부했는데 통화 과정에서 게이츠 전 의원의 낙마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과 게이츠 전 의원의 통화를 아는 소식통은 CNN에 트럼프 당선인이 게이츠 전 의원에게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았으나, 게이츠 전 의원이 스스로 그 결론(사퇴)을 내리도록 허용했다고 전했다.
CNN은 게이츠 전 의원이 최근 30년간 내각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자진 사퇴한 12번째 인사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는 각 2명이 자진 사퇴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는 3명이 스스로 물러났다.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1기 때는 4명이 자진 낙마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때는 자진 사퇴한 장관 후보자가 없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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