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미가입국 美 "근본적 반대"…EU "모든 당사국 이행 의무"
'수배중' 푸틴, ICC 가입국 무사 방문…불이행시 제재도 모호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런던·파리=연합뉴스) 김지연 송진원 특파원 = 국제형사재판소(ICC)가 21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실제 체포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는 2002년 전쟁범죄나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 인종학살, 침략 범죄에 대해 해당 국가에 처벌 능력이나 의사가 없을 때 기소하기 위해 설립됐다.
회원국은 124개국에 달하나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은 가입하지 않았다. 올해 기준 연간 예산은 1억8천700만유로(약 2천750억원)다.
이제까지 발부된 영장은 최소 56건인데, 21명은 ICC 구치소에 수감돼 법정에 섰지만, 최소 20명은 여전히 '수배' 상태다. 7명은 사망해 공소권이 사라졌다.
유죄가 선고된 11명 중 전쟁 범죄나 반인도주의 범죄로 유죄가 인정된 사람은 아프리카 민병대 6명이다.
수배 중인 피의자 중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원칙적으로 124개 회원국은 자국 영토에 들어오는 피의자를 체포할 의무가 있지만, 이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ICC 회원국 몽골을 방문해 체포되기는커녕 환대받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도 2015년 제노사이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오마르 알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을 체포하지 않았다.
로마 규정에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은 회원국을 제재할 방법도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월 몽골 방문에서 환영받고 있다. |
네타냐후 총리의 경우엔 ICC의 체포영장 청구와 발부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ICC 미가입국이자 이스라엘의 최우방인 미국은 네타냐후 총리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ICC 결정에 "절차상 오류"가 있다면서 이를 "근본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ICC 회원국들은 일단 존중 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며 의무 이행에 대한 언급도 상당수 나왔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 등의 해외 방문이 제한될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네타냐후 총리 등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 발부는 "구속력 있는 결정"이라며 "EU의 모든 회원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 모든 당사국은 이 법원 결정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날 요르단 암만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ICC의 체포영장 발부는 "정치적 결정이 아닌 법원의 결정으로, 이는 존중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카스파르 펠드캄프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의회에서 "네덜란드는 ICC의 독립성을 명백히 존중한다"며 "우리는 체포영장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ICC의 로마 규정을 전면적으로 준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회원국이 이번 결정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석할지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크리스토프 르모안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ICC의 법규를 따를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프랑스에 올 경우 체포할지에 대해선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라 오늘은 언급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ICC를 지지하지만 (ICC는) 정치적 역할이 아닌 법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번 결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할지 동맹국들과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그 ICC |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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