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출전했던 한국 야구대표팀이 19일 귀국했다. 1회 대회(2015) 우승, 2회(2019) 준우승에 빛났던 한국은 3회째인 이번에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은 13일 대만에, 15일 일본에 공교롭게도 연거푸 3-6으로 졌다. 2승 2패의 한국은 17일 일본이 쿠바에, 대만이 호주에 나란히 지기를 바라며 하릴없이 결과를 지켜봤다. 요행수 같은 건 없었다. 한국은 3승 2패로 조 3위에 그쳤고, 일본 도쿄에서 열린 4강전(슈퍼라운드)에 가지 못했다.
프리미어12 개막을 앞둔 9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진행된 한국 야구대표팀의 첫 훈련을 지켜보는 류중일 감독.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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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기를 남기고 탈락을 확정한 한국은 18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호주를 5-2로 물리쳤다. 이에 여러 매체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표현을 썼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 등 코칭스태프나 류 감독을 선임한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그렇게 생각하며 자위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기는 게 지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호주한테 이기든 지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과연 ‘유종의 미’, 한자로 ‘유종지미(有終之美)’이긴 했을까. 유래를 살피면 어림도 없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영공은 무도했다. 이에 신하 사계가 『시경』의 한 구절로 간언했다. “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 鮮克有終)” 즉 “처음이 있지 않은 게 없고 끝이 있는 게 드물다”는 말이다. 훗날 송나라 학자 범중엄이 그 뜻을 사자성어로 새긴 게 유종지미다. 시작은 누구나 한다. 끝까지 잘하는 게 유종의 미다. 대세와 무관한 마지막 한 경기 이겼다고 칭찬조로 할 말이 아니다. 끝내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귀국길에 류 감독은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다”며 “불펜진 등 젊은 선수들 기량 향상을 확인했다. 특히 김도영(KIA) 같은 선수를 발굴한 건 수확”이라고 했다. 아무도 류 감독이 김도영을 ‘발굴’했다고 보지 않는다. 불펜진은 대회 전부터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려면 선발 투수를 키워야 한다”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주로 선발투수를 뽑는 외국인 선수 제도를 없애자는 건가. 이번 대표팀 선발진은 자신이 뽑은 게 아닌가. 모름지기 옛말에 ‘패장은 용맹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敗軍之將 不可以言勇)’고 했다.
10년 전, 한국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홍명보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해설위원이던 이영표가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일갈했다. 이를 변용해 류 감독에게 전하고 싶다. “프리미어12는 유망주를 발굴하거나 기량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탈락 후 최종전 승리를 ‘유종의 미’로 여겼다면 그건 대안적 현실을 믿는 공허한 정신 승리에 불과하다.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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